세계 2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미국 시장 진출을 포기하기로 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 정부가 제동을 걸고 있어서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에릭 쉬 화웨이 부사장은 이날 회사 경영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화웨이는 더 이상 미국 시장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 1년간 미국을 글로벌 사업 확장의 핵심 시장으로 보고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국 정계와 안보당국은 화웨이 등 중국 통신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 의회 보고서는 공식적으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업체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마이크 로저 미 국가정보국장은 정부와 민간기업에 화웨이와 ZTE를 멀리할 것을 당부했다.

영국 등 다른 시장에서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유독 미국에서만 고전하고 있다. 현재 화웨이는 세계 45개 통신운영업체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미국 회사는 한 군데도 없다. 미국은 중국인민해방군 출신인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과거 이력도 문제 삼고 있다.

2008년 화웨이는 미국통신사업자인 3com과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미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2년 후엔 스프린트 넥스텔의 통신장비 납품입찰에 참여했으나 미 정부의 압력으로 포기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미국 내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이 회사는 아직도 미국에서 1400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연구·개발(R&D) 인력은 이미 800명에서 500명으로 감축했고 영업팀도 축소한 상태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