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재정정책과 추경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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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재정정책과 추경안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sejinmin@dongguk.edu >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sejinmin@dongguk.edu >
정부가 17조3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마련했다. 재원의 대부분은 국채를 발행해 빌리겠다고 한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정부 지출 증가가 당연한 분위기여서 이 정도 증액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정부가 얼마나 쓸 것인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정부 지출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는지, 그 희생을 감수할 만큼 유용한 곳에 지출이 되는지일 것이다.
지난주 설명한 통화정책과 함께 재정정책은 주요 거시경제정책이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조세나 정부지출을 바꾸는 정책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은 조세를 줄이거나 정부지출을 늘린다. 궁극적으로 국내 생산을 늘려 성장률을 높이는 게 목적인데, 정부가 조세를 줄여 민간의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촉진하거나 직접 정부 지출을 늘려 생산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기본적으로 거둔 수입(세수)에 맞게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조세 감축과 정부지출 확대를 동시에 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현안은 경기 활성화이므로 조세 감축이냐, 정부 지출 증가냐도 어느 쪽이 경기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지로 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조세의 경우 정부가 복지 등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한 돈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감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 지출은 경기 활성화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원래 정부지출을 늘리려면 증세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의 소비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런데 국채 발행으로 시장에서 돈을 빌려 지출을 늘리면 지금 당장은 소비나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으므로 정부지출 증가분과 이로 인한 파장효과만큼 국내 생산이 자극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채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만약 지금 증가된 정부지출이 늘어난 생산을 통해 국민소득을 충분히 높이지 못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세금만 증가해 가계 소비나 기업 투자를 감소시키는 역풍을 초래하기 쉽다. 따라서 정부지출 증가는 향후 더 많은 세금 부담에도 소비와 투자가 최소한 줄어들지는 않을 정도로 국민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출 내용에 따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국민의 조세 부담 증가라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늘리려면 민간의 활력을 일깨우면서 성장을 확실하게 견인할 분야에 지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민간 부문은 여간해서 지출하기 어렵지만 국가 경제에 꼭 필요한 부문에 지출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눈에 보이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진 나라에서 정부가 민간에 앞서는 분야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야심차지 않은 추경안에 대해 미래 세금 부담을 생각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 정도로 경기가 살아나겠냐고 미심쩍어 해야 할지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바라는 것은 제발 이번 추경안이 ‘언 발에 오줌 눈 격’으로 끝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sejinmin@dongguk.edu >
지난주 설명한 통화정책과 함께 재정정책은 주요 거시경제정책이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조세나 정부지출을 바꾸는 정책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은 조세를 줄이거나 정부지출을 늘린다. 궁극적으로 국내 생산을 늘려 성장률을 높이는 게 목적인데, 정부가 조세를 줄여 민간의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촉진하거나 직접 정부 지출을 늘려 생산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기본적으로 거둔 수입(세수)에 맞게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조세 감축과 정부지출 확대를 동시에 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현안은 경기 활성화이므로 조세 감축이냐, 정부 지출 증가냐도 어느 쪽이 경기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지로 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조세의 경우 정부가 복지 등을 위해 쓰겠다고 약속한 돈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감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 지출은 경기 활성화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원래 정부지출을 늘리려면 증세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의 소비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런데 국채 발행으로 시장에서 돈을 빌려 지출을 늘리면 지금 당장은 소비나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으므로 정부지출 증가분과 이로 인한 파장효과만큼 국내 생산이 자극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채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만약 지금 증가된 정부지출이 늘어난 생산을 통해 국민소득을 충분히 높이지 못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세금만 증가해 가계 소비나 기업 투자를 감소시키는 역풍을 초래하기 쉽다. 따라서 정부지출 증가는 향후 더 많은 세금 부담에도 소비와 투자가 최소한 줄어들지는 않을 정도로 국민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출 내용에 따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국민의 조세 부담 증가라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늘리려면 민간의 활력을 일깨우면서 성장을 확실하게 견인할 분야에 지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민간 부문은 여간해서 지출하기 어렵지만 국가 경제에 꼭 필요한 부문에 지출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눈에 보이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진 나라에서 정부가 민간에 앞서는 분야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야심차지 않은 추경안에 대해 미래 세금 부담을 생각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 정도로 경기가 살아나겠냐고 미심쩍어 해야 할지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바라는 것은 제발 이번 추경안이 ‘언 발에 오줌 눈 격’으로 끝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