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개인회생 신청 2만6천여건…사상최대
채무자 '도덕적 해이' 초래…"워크아웃 먼저 거치게 해야"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성만 씨(50)는 지인의 보증을 서다 사채를 포함해 1억5000여만원의 빚을 떠안고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됐다. 연초 법원을 찾은 박씨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그에게 5년간 매월 50여만원씩 약 3000만원을 갚도록 했다. 5년 후 나머지 빚 1억2000여만원은 모두 탕감해주는 조건이다.
결과적으로 박씨는 김씨보다 빚이 많았지만 김씨보다 더 빨리, 더 적게 갚고도 신용을 회복할 수 있었다. 둘의 차이는 채무조정제도인 개인워크아웃과 개인회생 중에서 무엇을 선택했느냐에서 비롯됐다.
○개인회생 신청자 사상 최대

반면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0년 7만7308명에서 지난해에는 7만1795명으로 줄었다. 올 1분기 신청자는 1만7422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1만8838명보다 1416명(7.5%) 감소했다.
○5년만 갚으면 빚 전부 탕감해줘

그럼에도 개인회생의 인기(?)가 이처럼 치솟는 것은 5년만 갚으면 나머지 빚을 모두 탕감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인워크아웃으로는 탕감받기 힘든 사채까지 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개인회생으로 조정받을 수 있는 빚이 최대 10억원으로 개인워크아웃의 두 배인 데다 일반적으로 변제 기간이 짧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성실 상환자에게 더 혜택줘야”
전문가들은 개인회생제도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5년만 갚으면 나머지는 안 갚아도 된다는 이유로 개인회생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개인회생 때문에 받을 수 없는 채무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대출금리를 높이거나 대출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체 없이 빚을 잘 갚는 사람들에게까지 높은 금리가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은 법적 구제를 해주기 전 반드시 성실히 채무를 상환하려고 노력했는지 여부를 따진다. 이 연구위원은 “개인회생 전 개인워크아웃을 먼저 거치도록 해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