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3년] 믿었던 독일마저 PMI 50 밑으로…2분기 세계경제  '먹구름'
제조업은 경제의 ‘심장’으로 불린다. 다른 거시경제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제조업 지표가 추락하면 경제의 기초가 흔들리는 것으로 분석하는 전문가가 많다. 일자리 및 국가 세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올 2분기 세계 경제 전망을 우울하게 점치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분기를 시작하는 4월, 미국 중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등 세계 3대 경제권의 제조업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는 4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5를 기록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지표는 경기 전망에 대한 기업 구매관리자들의 의견을 구해 정한다는 점에서 제조업 현장의 체감도를 가장 잘 전달하는 지수로 꼽힌다.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위축을 나타낸다.

특히 유럽 최대 강대국인 독일의 복합 PMI는 6개월 만에 50 밑으로 내려가 48.8을 기록했다. 독일 경제연구소인 Ifo도 24일 독일의 기업신뢰지수가 104.4로 전달 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두 달 연속 하향세다. 지난해 기준 독일 국내총생산(GDP)은 유로존 전체의 4분의 1에 달한다. 독일이 흔들리면 유로존 전체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

시장은 제조업 지표와 반대로 움직였다. 프랑스 CAC40지수는 이날 전날 대비 3.58% 뛰어 3783.05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중앙은행이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를 -0.5%로 발표했음에도 연 4.2%대로 안정돼 있다.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 ECB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ECB가 금리를 인하해도 제조업 경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 은행들이 여전히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하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조차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 분위기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4월 PMI도 52로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월 내구재 주문도 전달보다 5.7%나 떨어졌다. 전날 HSBC가 발표한 중국의 4월 PMI도 50.5로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줄리안 칼로우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부문이 신뢰를 잃어버린 모습을 보면 세계 경제 상황은 올 2분기에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