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는 개를 끌고 다니는 부랑자들의 모습이다. 대개는 셰퍼드 같은 대형견이다. 자기 한 입 풀칠하기도 녹록지 않을 텐데 그들은 왜 한 입을 더 달고 다니는 걸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정해진 주거가 없거나 일정한 액수의 자금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체포대상이기 때문이다. 상당수는 불법체류자들이다. 이들은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경찰의 불심검문. 잡히면 끝장이다. 사나운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이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경찰도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개가 딸린 부랑자를 체포하지는 않는다. 그들을 예기치 않은 제3자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주는 것도 견공이다.

개는 부랑자 자신과 늘 살을 비비고 지내는 신체의 일부인 셈이다. 동고동락하다 보니 그만큼 연대감도 두텁다. 런던의 한 부랑자는 익살스럽게도 방석 위에 개를 대신 앉혔을 정도다. 측은해 보이는 녀석의 표정 연기에 행인은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