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0.9% '깜짝성장' 했는데…지표상 온기…민간소비는 '싸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0.9%(속보치)를 기록했다. 지루한 0%대 성장의 늪을 벗어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성장의 질을 따져보면 기대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민간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전년 동기 대비)은 올 들어 설이 있었던 지난 2월을 빼고는 매달 감소했다. 이마트 매출은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 줄었고 롯데마트(-7.5%)와 홈플러스(-6.6%) 등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의무휴업의 영향을 감안해도 소비 위축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유통업 매출은 계절성이 뚜렷해 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한다.

지난달 8~9%의 증가세를 보였던 백화점 매출도 이달 들어 증가율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지난달 8.9%에서 이달 4.2%로 낮아졌다. 남성복(-1.8%)과 화장품(-2.5%) 매출이 줄었고 잡화(4.3%) 여성복(2.8%)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통시장 형편은 더 나쁘다. 박석훈 돈암제일시장 상인회장은 “봄철 장사 하나 보고 1년 동안 가게를 유지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다”며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가게를 접으려는 사람이 하나둘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장 분위기와는 달리 한국은행은 개선된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했다. 이날 나온 1분기 실질GDP는 전기 대비 0.9% 증가했다. 이는 2011년 1분기(1.3%) 이후 8분기 만의 최고치로, 기존 시장 전망치(0.6%)와 한은 자체 전망치(0.8%)를 뛰어넘은 수치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 성장에 그쳤다. 기업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세가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민간소비는 5분기 만에 0.3% 감소해 체감 경기는 여전히 불황의 늪을 헤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적을 놓고 한은과 정부의 시각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은 측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효과가 가시화할 경우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좋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반면 정부는 전년 동기 대비 1%대 성장으로는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를 점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0%대 저성장이 8분기째 고착화되는 데 우려를 표하며 경기부양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서정환/유승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