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텍 직원들이 삼성전기에서 받은 직무 교육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저스텍 제공
저스텍 직원들이 삼성전기에서 받은 직무 교육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저스텍 제공
삼성전기의 2차 협력사인 저스텍 직원들은 거의 매일 과외를 받는다. 일과 후 5명씩 조를 짜 진행하는 그룹 과외다. 교사는 따로 없다. 조원 5명 모두가 돌아가며 같은 내용을 조원들에게 발표하는 식이다.

두 달에 한 번씩 조별 대항 프레젠테이션 대회도 연다. 여기에서 1등을 하는 조는 추가 성과급을 받지만 하위권인 조는 인센티브를 깎인다.

작년 2월 삼성전기가 저스텍을 비롯한 2차 협력사 직원을 상대로 무료 직무 교육을 실시한 뒤 생긴 변화다. 교육을 받고 온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혼자 듣기 아까운 내용”이라고 하자 김용일 저스텍 사장이 조별 학습을 제안해 그룹 과외가 시작됐다.

1년여간 전체 88명의 임직원 중 55명이 성균관대와 삼성전기에서 교육을 받았다. 주로 품질과 생산성 혁신에 관한 내용이다. 지난해 들어온 저스텍 신입사원들은 3박4일간 삼성전기 신입사원과 같은 수준의 직무교육을 받았다. 김 사장의 아들도 지난 1월 5주간 삼성전기가 실시한 미래경영자 연수에 참가했다.

김 사장은 “직원 수가 100명도 안되는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직무 교육을 하는 건 힘들다”며 “2차 협력사로서 처음 대기업 수준의 교육을 받고 난 뒤 생산 현장에서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평택에 있는 이 회사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PCB)용 받침대(스테이지)를 만든다. 선형 모터로 움직이는 저스텍의 받침대는 10억분의 1m인 나노급까지 제어할 수 있다. 저스텍이 PCB용 받침대를 만들어 1차 협력사인 이오테크닉스에 납품하면, 이오테크닉스가 PCB에 칩을 부착하기 위한 구멍을 뚫어 삼성전기에 공급한다.

저스텍 직원들은 삼성전기를 통해 PCB 생산 과정을 교육받은 뒤 그룹 과외로 반복 학습을 했다. 교육 내용을 현장에 잘 적용하기 위해 토론하면서 생산 방식을 개선할 수 있었다. 삼성전기 상생펀드를 통해 저금리로 투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도 생산성 혁신에 도움이 됐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이 회사는 PCB 받침대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1년 만에 321초에서 282초로 12% 줄였다. 납기도 3개월에서 1개월반으로 단축했다. 같은 기간 이오테크닉스에 납품한 금액도 10% 늘었다.

이 과정에서 외국산 일색이던 설비를 국산화하는 성과를 냈다. 정효근 저스텍 상무는 “투자와 기술 개발 노력에 교육 효과까지 어우러져 단기간 내 생산성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육 효과가 좋게 나타나자 삼성전기는 2차 협력사와 교류 범위를 더 넓히기로 했다. 올해부터 1차 협력 업체로만 구성된 삼성전기 협력사 협의회에 2차 협력사도 넣었다. 저스텍을 포함해 2차 협력사 9곳이 협의회에 새로 가입했다.

내친김에 2차 협력사 직원 채용도 돕기로 했다. 첫 타자는 저스텍이다. 저스텍은 삼성전기 2차 협력사로는 처음 삼성전기 채용 박람회에 참여한다. 다음달 28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삼성 채용 박람회를 통해 신입사원 11명을 뽑을 계획이다. 김 사장은 “삼성전기 2차 협력사라는 간판을 달고 직원을 모집하면 더 우수한 인재들이 몰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평택=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