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주식 가치 급락에 심한 `속앓이'

시중은행들이 주식 때문에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자마진의 축소로 경영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주식 관련 손실마저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은행들마다 울상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 주식 손실, 1분기 실적에 `직격탄'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해 1분기 6천69억원이었던 순이익이 올해 1분기 4천115억원으로 32% 급감했다.

이는 증권사들이 전망했던 4천600억원보다 훨씬 낮은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이다.

순이익이 2천억원 가까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이자마진의 축소지만, 보유 주식의 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한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국민은행이 포스코, 현대상선 등 두 종목만으로 입은 평가손실은 1분기에 760억원에 이른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민은행이 보유한 포스코 주식이 5천500억원, 현대상선이 1천100억원 어치에 달해 이들 기업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대규모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

포스코 주가는 1분기에 6.6% 하락했고, 현대상선은 무려 35.5% 폭락했다.

주식으로 속앓이를 하기는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삼성물산, SK C&C 등 대규모로 보유한 주식 중 최근 주가가 급락한 종목이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이 보유한 포스코 주식은 6천130억원, 삼성물산은 4천157억원, SK C&C는 2천61억원 어치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신한은행의 주식 관련 손실이 1분기에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 2분기 이후 손실 더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의 주가가 추가 하락하면서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과 현대상선의 주가 하락은 1분기가 지난 후에도 멈출 줄 몰라 4월에만 무려 16%, 27%씩 급락했다.

포스코의 주가도 4월에 3% 이상 더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주식 평가손실은 4월에만 300억원 이상 더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의 관련 손실도 1분기 이후 계속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 경기침체와 엔저의 영향으로 기업 이익이 급격히 줄고 있어 주가가 반등하기보다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시 약세가 이어진다면 은행권의 올해 주식 관련 손실은 지난해의 손실 규모를 뛰어넘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보유주식 관련 손실이 1천400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1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더구나 두 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기업에 대한 대출 등을 출자전환했다가 이후 주가 하락으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은 곳이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가 살아나 주가가 반등하면 몰라도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올해 순이익도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이연정 김승욱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