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관광객 몰려온다] "재방문객 늘리려면 지방매력 발굴"
“최근 태국인들은 한국의 눈과 스키에 매료돼 있습니다. 봄철인 4월에 눈과 스키, 썰매를 체험할 수 있는 ‘4월 눈 축제(April Snow Festival)’를 내놓았더니 태국의 최대 축제인 송끄란 축제와 맞물리며 모객인원이 1000명을 넘었어요. 봄과 겨울 스포츠의 매력을 융합해 고객 수요를 창출한 사례죠. 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관광에 접목하고 방문 비율이 낮은 지방의 매력을 집중 발굴해 부각시킨다면 태국인들의 한국 방문은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방콕 랏차다 에스프라나다에 있는 한국관광공사 방콕지사에서 만난 정병희 지사장(사진)은 무척 고무된 표정이었다. 태국은 방한 관광객이 2004년 10만명을 넘어선 이후 매년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일 만큼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태국인들은 지난해 약 39만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올해엔 사상 최초로 4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3년 동안 평균 26.8% 증가한 셈인데 이는 전체 방한 외래관광객 3년 평균 증가율인 12.5%를 크게 웃도는 숫자예요.”

태국 관광객이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정 지사장은 한국 드라마와 K팝 등 한류의 영향과 한국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겨울 눈과 봄꽃 등 계절적인 매력도 한몫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작년에는 싸이가 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태국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패러디 공모를 하고 쇼핑몰에서 본 대회를 치렀는데 대단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한류 바람이 거센 만큼 한류를 접목한 관광 마케팅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태국 관광객 증가 추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정 지사장은 2단계 사업으로 재방문객 유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방콕지사가 태국인들을 대상으로 향후 한국 재방문 의사를 물어본 결과 긍정적인 응답률이 94.5%에 이를 정도로 여행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재방문 이유는 자연경관(65.5%), 다양한 쇼핑 장소와 편리함(46.5%), 경제적인 여행경비(40.7%) 등 다양하다. 정 지사장은 “재방문객을 늘리려면 한국의 숨은 매력을 알릴 수 있는 여행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지사는 이를 위해 4월 눈 축제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방문 비율이 낮은 지방의 매력을 발굴, 집중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최근 열린 순천 국제정원박람회를 적극 홍보하거나 ‘부산·울산·경남 방문의 해’를 맞아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핵 리스크 같은 요소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다. 북핵 문제가 국제뉴스화되자 많은 태국인들이 방콕지사에 ‘한국 상황이 안전하냐?’ ‘여행을 가도 아무 문제가 없겠느냐?’고 문의했을 정도로 심리적인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가 투어도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가격대와 프로그램이 제시돼야 하지만, 한 나라의 문화나 실상을 왜곡시킬 수 있는 저가 투어는 곤란합니다. 태국에서도 점차 여행객들 스스로 여행 요소를 선택할 수 있는 개별 여행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국의 참모습을 알릴 수 있는 질 높은 여행을 권고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정 지사장은 태국의 의료관광 분야는 한국이 참고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의 의료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주변국인 라오스나 미얀마에서도 치료를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것. 한국은 의료진의 수준이 높고 비용도 저렴한 만큼 성형이나 미용 분야에서 적절한 상품을 내놓는다면 한국 방문의 또 다른 매력 분야가 될 수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정 지사장은 방콕지사가 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 관광 증진도 책임지고 있는 만큼 미얀마 라오스를 대상으로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홍보 마케팅 활동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래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관광 서비스 개선과 관광상품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즐거움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곳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바트화 가치가 올라 태국인들로선 해외여행을 하기에 더 유리해졌어요. 한국인들이 태국에서 늘 미소로 환영받듯 한국인도 태국인들이 좋은 추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든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야 합니다. 관광한국의 미래는 바로 그런 작은 친절에서 시작될 테니까요.

방콕=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