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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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뉴욕/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7년간 98승을 거뒀다. 2006년 데뷔하며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을 함께 탔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1시15분께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 1회말 원정팀 로스앤젤레스(LA)다저스의 선발인 류현진의 등판을 앞두고 경기장 아나운서는 연이어 그의 한국 기록을 소개했다. 전광판에서도 한국 기록을 계속 보여줬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류현진의 배짱 좋은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7이닝 1실점. 고비 때마다 삼진을 잡아내며 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메츠팬들은 처음보는 외국인 투수의 호투에 놀라는 듯했지만, 한국에서의 화려한 기록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전인 24일 기자는 필라델피아의 국제조명박람회(LFI)에 있었다. 북미 최대 규모의 이 전시회엔 LG이노텍, 삼성전자, 서울반도체, 루멘스 등 한국 기업도 다수 참여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부스는 입구에서 가장 먼 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전시장 중심은 필립스, 오스람, GE라이팅 등 글로벌 강자가 차지했다. 부스 크기도 압도적이었다. 삼성 LG 등은 글로벌 전자 기업이지만, 글로벌 조명 업계에선 초보 도전자에 불과했다.
조명은 설계 단계에서 수주해야 하는 산업이다. 그래서 로컬 업체가 많고, 해외 시장을 뚫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필립스 등 3개 정도에 불과하다. 필립스 등도 수많은 현지 업체를 인수·합병(M&A)하며 성장했다. 북미 시장만 해도 허벨, 어큐티스, 쿠퍼 등 생소한 브랜드가 1~3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초보자에 불과한 한국 조명 기업들은 국내에서 실력을 쌓을 기회를 박탈당한 상황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011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공공시장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입을 막은 탓이다. 이들이 필라델피아까지 온 것도 맨몸으로 해외부터 공략하려는 고육지책의 일환이다.
다시 메츠의 홈구장. 류현진은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그의 호투 속에 LA다저스는 이겼다. 2006년 한화이글스에 입단했던 류현진이 다른 선수들보다 기량이 뛰어나다는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 뛸 기회를 박탈당했다면, 지금처럼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김현석 뉴욕/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지난 25일(현지시간) 오후 1시15분께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 1회말 원정팀 로스앤젤레스(LA)다저스의 선발인 류현진의 등판을 앞두고 경기장 아나운서는 연이어 그의 한국 기록을 소개했다. 전광판에서도 한국 기록을 계속 보여줬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류현진의 배짱 좋은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7이닝 1실점. 고비 때마다 삼진을 잡아내며 8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메츠팬들은 처음보는 외국인 투수의 호투에 놀라는 듯했지만, 한국에서의 화려한 기록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전인 24일 기자는 필라델피아의 국제조명박람회(LFI)에 있었다. 북미 최대 규모의 이 전시회엔 LG이노텍, 삼성전자, 서울반도체, 루멘스 등 한국 기업도 다수 참여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부스는 입구에서 가장 먼 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전시장 중심은 필립스, 오스람, GE라이팅 등 글로벌 강자가 차지했다. 부스 크기도 압도적이었다. 삼성 LG 등은 글로벌 전자 기업이지만, 글로벌 조명 업계에선 초보 도전자에 불과했다.
조명은 설계 단계에서 수주해야 하는 산업이다. 그래서 로컬 업체가 많고, 해외 시장을 뚫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필립스 등 3개 정도에 불과하다. 필립스 등도 수많은 현지 업체를 인수·합병(M&A)하며 성장했다. 북미 시장만 해도 허벨, 어큐티스, 쿠퍼 등 생소한 브랜드가 1~3위를 차지한다.
그런데 초보자에 불과한 한국 조명 기업들은 국내에서 실력을 쌓을 기회를 박탈당한 상황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2011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공공시장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입을 막은 탓이다. 이들이 필라델피아까지 온 것도 맨몸으로 해외부터 공략하려는 고육지책의 일환이다.
다시 메츠의 홈구장. 류현진은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그의 호투 속에 LA다저스는 이겼다. 2006년 한화이글스에 입단했던 류현진이 다른 선수들보다 기량이 뛰어나다는 이유 때문에 한국에서 뛸 기회를 박탈당했다면, 지금처럼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김현석 뉴욕/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