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 피하자"…대기업 계열사들 발빠르게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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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中 급식사업 진출
이노션, 유럽·인도 영업강화
이노션, 유럽·인도 영업강화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국회에서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그룹 계열사들이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룹 내 계열사 간 거래비중을 낮춰 일감몰아주기를 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 계열사들의 보안업무를 맡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인 삼성에스원은 해외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할 인력을 뽑기 위해 삼성 채용 홈페이지에 공고를 냈다. 해외 사업을 위해 전문 인력을 뽑는 것은 지난해 12월과 1월에 이어 세 번째다. 에스원은 해외 원전, 공항, 빌딩, 병원 등지의 보안업무를 맡기 위해 수주활동 중이다. 회사 측은 “2020년 매출 목표(5조원)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과 중동 동남아 미주 등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원은 2011년 첫 해외법인으로 중국법인을 세웠고 올해 인도네시아 등지에 동남아지역 거점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는 세계 최대 급식기업인 영국 컴파스를 벤치마킹해 해외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급식사업의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의 위탁 급식시장 규모는 7조~8조원 규모로, 중국 경제가 발전할수록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상위 10대 회사를 거의 대기업 계열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일감몰아주기 사례로 직접 지목한 광고분야에서의 해외진출도 활발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은 그룹의 광고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해외에서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그룹 외 물량 확보에 나선다. 전 세계 16개국, 20개 법인을 앞세워 미국, 유럽, 호주,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영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역시 요즘 해외 출장으로 바쁘다. 세계 16위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은 전 세계 28개국 53개의 거점을 운영하면서 세계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광고회사 매키니 커뮤니케이션스, 중국의 브라보를 인수한 제일기획은 재규어, 에스티로더, 인텔, 아우디, 중국의 중신그룹, 중국이동통신 등 해외에서 60여 광고주를 영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일감몰아주기 ‘단골’ 사례로 거론돼 온 대기업 시스템통합(SI) 계열사들도 해외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총 1000억원을 들여 자체 물류 플랫폼인 ‘첼로(CELLO)’ 시스템을 개발한 삼성SDS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에서 현지 운송·보관 업체들과 연계한 종합 물류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의 해외행 물량뿐 아니라 두산이나 포스코 등 다른 그룹사에 첼로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SK C&C는 2000년대 중반만 해도 50억원 정도였던 해외매출이 지난해 1200억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윤정현/김현석/전예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