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비용 때문에 실적 저조한 기업 다시보자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8조7795억원이라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2012년 4분기(8조8373억원)보다 약 580억원 줄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실적을 두고 ‘부진했다’고 평가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없었다. IM(IT·모바일)사업부 영업이익에 반영된 애플과의 소송 충당금(최대 6600억~6700억원 추정)을 감안하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2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평균치는 10조373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같이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수치상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들의 실적을 다시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특정 시기에 한 번 반영되는 비용이기 때문에 앞으로 실적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SDI 등 부진은 일회성 요인 때문

삼성SDI는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1188억원) 대비 32.2% 감소한 805억원이라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333억원 적자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삼성SDI의 실적이 예상보다 더 감소한 것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1분기 실적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사업부의 개발비용(80억원)이 반영됐다.

2분기부터는 삼성SDI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2분기 순이익은 1310억원으로 62.7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갤럭시S4 판매로 삼성SDI의 2분기 2차전지 판매량은 1분기보다 20.3%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건설도 별도 실적 기준 1분기 매출(2조315억원)과 영업이익(1093억원)은 시장 추정치 평균보다 각각 10%, 30% 높았지만 순이익은 290억원으로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자한 유가증권 손실(145억원)과 외화차입금 환손실(98억원), 파생상품평가손실(175억원)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2분기 순이익 개선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업체 중에선 CJ대한통운이 CJ GLS와 합병 이후 부산컨테이너터미널 노선 조정 비용(약 100억~200억원) 발생으로 1분기 순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75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분기 순이익은 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5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상장사인 네패스도 25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1분기 순이익이 75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2분기 순이익은 1분기보다 46.6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애플 출하량 개선과 갤럭시S4 판매 본격화로 실적 개선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두투어는 2분기에도 부진 예상

일회성 비용 탓에 1분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2분기 실적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도 있다. 모두투어는 1분기 필리핀 전세기 상품을 판매했지만 전세기 1대의 운행 허가가 나지 않아 15억원 규모의 손실을 실적에 반영했다. 1분기 순이익은 44억원에 그쳤다. 2분기 순이익도 계절적 비수기이기 때문에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함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이고 4~5월 예약률도 5~6%대를 유지하고 있어 급격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