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新연금저축' 5월 2일부터 판매…의무 납입 5년으로 줄이고 1200만원까지 분리과세
은행들이 개정 세법을 반영한 ‘신(新)연금저축’을 2일 일제히 출시한다. 새로운 연금저축은 분리과세 한도를 6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늘려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려는 거액 자산가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은 최근 신연금저축 공동 약관을 마련하고 2일부터 판매키로 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정부가 개정한 소득세법을 반영한 새로운 연금저축을 내놓기 위해 올 들어 기존 연금저축 판매를 중단했다. 연금저축이란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일정기간 돈을 적립한 후 원리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상품이다.

신연금저축의 소득공제 한도는 연간 400만원으로 이전과 같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이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의무납입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연간 납입한도는 12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늘렸다. 분기당 300만원인 납입한도 제한도 없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퇴직을 앞둔 근로자 등이 막판에 집중적으로 납입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은 뒤 연금을 바로 수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득이 많은 사람도 신연금저축에 가입하면 혜택을 볼 수 있다. 분리과세 한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기존 연금저축에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과 합해 연간 600만원이던 분리과세 한도는 신연금저축에선 국민연금 수령액과 관계없이 연간 1200만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연금을 수령할 때는 만 55세 이후 최소 10년 이상 나눠 받아야 한다. 종전엔 5년 이상이었다. 장기 수령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연금수령액에 일괄적으로 5.5%씩 부과하던 연금소득세를 나이에 따라 3.3~5.5%로 차등 적용키로 한 것도 같은 취지다. 70세까지는 종전처럼 5.5%의 소득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71세부터는 4.4%, 81세부터는 3.3%만 내면 된다.

각 은행의 연금저축은 대부분 비슷한 구조지만 수익률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은행별 채권형 연금신탁의 지난해 수익률을 보면 부산은행(연 4.30%), 신한은행(연 3.87%), 기업은행(연 3.94%) 순으로 높았다. 반면 농협은행(연 2.89%), 국민은행(연 3.00%), SC은행(연 3.02%) 등은 수익률이 저조했다.

연금저축은 은행의 연금신탁을 비롯해 증권사가 판매하는 연금펀드,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연금보험 등 세 종류가 있다. 은행, 보험사의 연금저축과 달리 증권사의 연금펀드는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수익률은 은행, 보험사에 비해 증권사 상품이 다소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금융회사는 신연금저축에 가입해 납입하다가 다른 금융회사로 이전하더라도 수수료를 물리지 않을 계획”이라며 “은행 연금저축 출시를 계기로 업권 간, 회사 간 연금저축 유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