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우리 경제는 아직도 깜깜하다. 광공업생산이 전월보다 2.6% 줄어들어 1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설비투자는 6.6%나 급감했다.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도 줄기찬 하락세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올 1분기 GDP 증가율이 0.9%(전기대비, 속보치)로 예상치보다 높다고 발표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같은 국가기관인데 한쪽에선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여전히 침체라고 한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한은과 통계청은 기본적으로 통계 조사방식이 달라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통계청은 물량 기준, 한은은 금액 기준(부가가치)이어서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은은 산업활동동향 외에 수출입자료 등 다른 자료도 감안해 GDP를 추계한다고 강조한다. 잘못된 게 없다는 말로 들린다. 국가기관들이 엇갈리는 지표에다 정반대의 경기진단으로 혼선을 일으켜놓고도 해석은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이니 무책임하다.

물론 여러 경기지표 간에 방향성이 다를 수 있다. 경기가 변곡점에 처한 국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럴수록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경기를 진단해야 하는 것이 책임있는 기관의 임무다. 그런데도 한은과 기재부는 각자 편의적인 해석만 내놓은 채 기싸움을 하듯 내가 옳다는 식으로 일관하니 비판을 듣는 것이다. 그것도 기재부는 추경예산 편성을, 한은은 금리 동결을 정당화하려는 상황이다.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의도의 차이라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만일 객관적 수치를 놓고 경기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금리동결 등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교묘한 마사지까지 들어갔다면 이는 심각한 스캔들이다.

국민과 기업은 어느 길로 가라는 것인지 헷갈린다. 한은이 과도한 기대라면 정부는 과도한 비관이다. 결과는 실망일 뿐이지만 어느 쪽이든 단단히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