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팍손(다발성 경화증 치료약), 얼비툭스(대장암 치료제)…. 이 약들엔 공통점이 있다. 해당 질병을 낫게 하는 대표적인 약이란 것이다. 또 제약사들이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가 운영하는 ‘예다’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만들었다는 점이다.

1959년 세워진 예다는 대학이나 연구소 등이 특허 등록한 각종 기술을 모아 이를 사업화하는 일종의 ‘기술지주회사’다. 기술을 기업에 전수해주고 기술 사용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예다는 연간 매출 10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창업이 활성화된 이스라엘이나 미국 독일 등은 창업하기 좋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스라엘의 예다는 과학자와 교수들에게 기술 개발과 창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 엄격하게 지식재산권을 관리한다. 이들에게 로열티의 40%를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다니엘 자이프만 바이츠만연구소 소장은 “이들이 단순히 기초연구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이전을 해주고 직접 창업까지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다뿐만 아니다. 이스라엘의 웬만한 대학엔 기술지주회사가 모두 있다. 텔아비브, 히브리, 테크니온대학 등이다. 이들 대학의 평균 특허료 수익은 매년 10억달러에 달한다. 텔아비브대의 기술지주회사 ‘라모트’를 이끌고 있는 슐로모 님로디 사장은 “이스라엘 대학들은 초기 단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에서 창업 문화가 발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창업이 활발한 독일에선 ‘하르나크 원칙’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르나크 원칙은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을 쌓은 사람을 연구소장으로 임명하거나 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실력으로만 평가하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

미국에선 창업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기업가정신 고취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카우프먼재단은 여성과 소수민족도 기업가정신을 배우고 창업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개념검증센터’를 만들어 독특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지만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찾아 자금과 기술사업화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칼 슈람 카우프먼재단 이사장은 “창업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선 기업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떤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라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사회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