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P500 편입 기업의 절반 이상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 기업의 매출이 전 분기에 비해 0.3%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2009년 3분기 이후 S&P500 기업들의 분기 매출이 감소한 건 작년 3분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미국 기업의 매출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이다.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기 침체가 우려했던 것보다 미국 기업 매출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고 WSJ는 분석했다. 재정 취약국인 남부 유럽 국가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경제 대국의 경기도 빠르게 둔화되면서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은 매출과 수익의 약 17%를 유럽에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1분기 유럽 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나 줄었다. 키스 셰린 GE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럽의 기업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고 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미국 경제마저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증가세 둔화가 눈에 띈다.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미국의 가계 지출이 전달에 비해 0.2% 늘어났다고 이날 밝혔다. 2월에는 0.7% 늘어났다. 연초 근로소득세가 인상된 데 이어 3월에는 연방정부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이 시작되면서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 위축에 따른 기업들의 매출 부진은 역설적이게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S&P500지수는 이날도 11.37포인트(0.7%) 오른 1593.61에 장을 마감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경기부양을 위한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