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석 하나투어 부회장 "클럽 14개가 각각 역할하듯 CEO·사원 모두 제 할 일해야 성공"
“골프클럽 14개 모두 각각의 역할이 있습니다. 이를 최대한 잘 활용해야 베스트 스코어를 낼 수 있죠. 우드는 잘 치는데 롱아이언을 못 치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없어요. 내 역할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런 게 회사 경영과 일맥상통합니다. 사원은 사원답고, 최고경영자(CEO)는 CEO다워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구력 23년의 베테랑 골퍼 권희석 하나투어 부회장(56·사진)은 자신의 골프 철학 첫 번째로 역할론을 강조했다. 서울 공평동 하나투어 본사에서 만난 권 부회장은 골프백 안의 14개 클럽을 보여주며 이렇게 강조했다.

“한번은 친척 한 분이 대리점을 내겠다고 찾아왔습니다. 대리점 위치도 좋고, 직원들 능력이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제 권한 밖의 일입니다’라고 말해 돌려보냈습니다. 대리점을 내주는 문제는 지역 담당 영업사원이 결정하는 겁니다. 제가 개입하면 영업사원의 구상이 다 깨지는 거죠. 역할을 존중하면서 책임과 권한을 함께 줘야 하는 거죠.”

역할론 원칙은 성과로 나타났다. 1996년 출범한 하나투어는 1998년 업계 1위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홀인원에 얽힌 특별한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홀인원을 세 번 해봤는데 각기 다른 골프장이었음에도 모두 6번홀에서 8번 아이언으로 만들어냈다”며 “지금도 6번홀에만 가면 8번 아이언을 꺼낸다”고 웃음지었다.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모습의 권 부회장이지만 골프에서 원칙주의적인 성격이 잘 드러난다. “1990년에 처음 클럽을 잡았는데 지하 골프연습장에서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을 했습니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집중해서 끝내는 성격이거든요. 연습장 월례회에서 머리를 올리러 가 핸디캡 28을 적용받았는데 103개 쳤어요. 3오버파가 돼 첫 라운딩에서 우승했습니다.”

2011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신사업을 담당하면서 골프도 도전적으로 치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엔 확률 90%가 넘지 않으면 절대 시도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워터 해저드가 가로막고 있을 때 돌아가면 스리 온, 가로지르면 투 온이라면 도전적인 방법을 택한다”고 했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은 즐거운 일이다. 권 부회장은 “골프장 운영 사업을 생각 중이다. 중국에서도 골프장 그린피가 19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졌다. 우리가 골프장을 잘 경영한다면 한국을 찾는 일본 중국 동남아 관광객을 골프장으로 끌어들이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는 2020년까지 국내에 20개 호텔 체인을 운영하며 해외에도 지점을 낼 계획이다. 한국에 외국인 관광객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문화 공연 사업도 시작했다. 한식의 세계화도 중점 추진 사업이다. 권 부회장은 “태국 방콕에 하나투어가 운영하는 한국 식당 1호점을 준비 중”이라며 “태국 사람이 조리하고 태국인과 한국인 모두의 입맛에 맞는 한식 조리법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골프와 경영의 공통점이요? 매순간이 선택이란 거죠. 두 번에 끊어서 갈지 한 번에 직접 공략할지 선택하는 건 제 몫입니다. 공이 나무 밑에 떨어지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죠. 인생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듯 위기에서도 리커버리를 해나가는 게 골프 아닐까요.”

글=서기열 /사진=신경훈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