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취업문 여는 한경 TESAT] 국민연금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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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35)
국민연금법 개정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면 정부가 책임지고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명시되는 개정안이다. 기금 고갈 상황이면 당연히 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을 텐데 그걸 명시하는 법 개정을 한다니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안, 불만이 크긴 한 것 같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연금보험료는 꾸준히 냈는데도 연금은 기대한 만큼 받지 못하리라는 우려일 것이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계산에 따르면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진행으로 불과 21년 후인 2044년부터 연금보험료 수입보다 연금급여 지출이 많아지고, 2060년에는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될 전망이라고 한다. 게다가 현재 만 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 및 재산이 상위 30%인 계층은 제외하고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이 새 대통령의 공약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전체로 확대되는데, 이렇게 확대되는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겠다는 계획이어서 국민연금기금의 고갈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기초노령연금은 미리 연금보험료를 받아두었다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합되면 국민연금기금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당연한 걱정이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될 상황이면 정부는 세금을 대폭 인상하고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납세자의 불만은 급증할 것이고 정부 부채 규모도 순식간에 불어날 것이다. 그 지경에 이르기 전에 책임감 있는 정부가 들어선다면 분명 연금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연금급여 수준을 낮추는, 또는 이를 동시에 시행하는 개편을 추진할 것이다. 이렇게 추론을 하다 보니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쌓이는 것이다.
이런 국민의 불안, 불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있어야 하는 것일까? 국민연금은 일종의 사회보험이다. 19세기 후반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제도가 도입된 독일이나 20세기 초에 그 뒤를 이은 영국의 경우를 보면 산업화의 진전으로 대규모로 형성된 도시 빈민층 구제수단으로 출발한 사회보험제도가 복지국가로의 이행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것을 알 수 있다. 즉, 사회보험제도는 병들거나 다치거나 실직하거나 고령으로 일하지 못해도 누구든지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은 누릴 수 있도록 하되, ‘스스로 돕는’ 자조(自助) 원칙을 바탕으로 평소 그 비용 부담을 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선택이 아닌 ‘강제보험’으로 제도화한 배경에는 정부의 ‘온정적 간섭주의(paternalism)’가 존재한다.
정부의 이런 가부장적 온정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이상이 있는 한 사회보험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국민연금 지급의 정부 책임을 명시하게 되면 지급 추정액이 정부 부채로 바로 더해져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일 것이다. 더구나 다른 나라들은 그런 책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국가신용등급 하락 위험을 무릅쓰고 섣불리 나설 일은 아닌 것 같다. 진정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기초노령연금 통합은 접어두고 국민을 설득해 연금보험료와 연금급여 조정부터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국민연금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연금보험료는 꾸준히 냈는데도 연금은 기대한 만큼 받지 못하리라는 우려일 것이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계산에 따르면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진행으로 불과 21년 후인 2044년부터 연금보험료 수입보다 연금급여 지출이 많아지고, 2060년에는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될 전망이라고 한다. 게다가 현재 만 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 및 재산이 상위 30%인 계층은 제외하고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이 새 대통령의 공약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전체로 확대되는데, 이렇게 확대되는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겠다는 계획이어서 국민연금기금의 고갈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기초노령연금은 미리 연금보험료를 받아두었다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합되면 국민연금기금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당연한 걱정이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될 상황이면 정부는 세금을 대폭 인상하고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납세자의 불만은 급증할 것이고 정부 부채 규모도 순식간에 불어날 것이다. 그 지경에 이르기 전에 책임감 있는 정부가 들어선다면 분명 연금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연금급여 수준을 낮추는, 또는 이를 동시에 시행하는 개편을 추진할 것이다. 이렇게 추론을 하다 보니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쌓이는 것이다.
이런 국민의 불안, 불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있어야 하는 것일까? 국민연금은 일종의 사회보험이다. 19세기 후반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제도가 도입된 독일이나 20세기 초에 그 뒤를 이은 영국의 경우를 보면 산업화의 진전으로 대규모로 형성된 도시 빈민층 구제수단으로 출발한 사회보험제도가 복지국가로의 이행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것을 알 수 있다. 즉, 사회보험제도는 병들거나 다치거나 실직하거나 고령으로 일하지 못해도 누구든지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은 누릴 수 있도록 하되, ‘스스로 돕는’ 자조(自助) 원칙을 바탕으로 평소 그 비용 부담을 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선택이 아닌 ‘강제보험’으로 제도화한 배경에는 정부의 ‘온정적 간섭주의(paternalism)’가 존재한다.
정부의 이런 가부장적 온정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이상이 있는 한 사회보험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국민연금 지급의 정부 책임을 명시하게 되면 지급 추정액이 정부 부채로 바로 더해져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일 것이다. 더구나 다른 나라들은 그런 책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국가신용등급 하락 위험을 무릅쓰고 섣불리 나설 일은 아닌 것 같다. 진정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기초노령연금 통합은 접어두고 국민을 설득해 연금보험료와 연금급여 조정부터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