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경험 들뜬 학생들 > 문용린 서울교육감(가운데)이 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직업체험을 하고 있는 연희중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첫 경험 들뜬 학생들 > 문용린 서울교육감(가운데)이 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직업체험을 하고 있는 연희중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기업인이 꿈이어서 국내 최고 기업이 어떤지 보러 왔습니다. 삼성전자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근무하고 있는지 몰랐어요.” (임정수 군)

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를 찾은 서울 연희중 학생 33명은 이영순 삼성전자 사회봉사단 사무국장의 안내로 주요 사무실과 디자인경영센터 등을 둘러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은 재무,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양한 업무가 진행되는 현장을 둘러보며 질문을 쏟아냈다. 삼성전자는 이날 1000여명의 디자이너가 일하는 디자인경영센터를 학생들에게 소개하면서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디자이너가 꿈인 김예지 양은 “막연하게 생각하는 직업과 이렇게 눈으로 보는 직업이 다르구나 하는 걸 느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연구학교인 연희중은 이날 1학년 310명이 참가한 ‘청소년 진로직업체험의 기적’ 행사를 서울 66곳에서 진행했다. 중1 기간 동안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각종 직업을 체험하고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3~10명 단위로 그룹을 이뤄 박물관, 동물병원, 카페(바리스타), 음식점, 장애인 재활센터, 약국 등 다양한 일터를 체험했다.

하나은행 북가좌지점에서는 4명의 학생이 금고와 사무기기실, 창구, VIP실 등을 둘러본 뒤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만들거나 외화 환전을 해봤다. 금고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대출은 어떻게 받는지, VIP실은 고객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등 진지한 질문이 이어졌다.

배우를 지망하는 9명의 학생들은 서울 여의도동 탑스타 연기학원을 찾아 연기와 표현에 대한 체험활동을 했다. 독백 대사가 적혀 있는 종이를 한 장씩 받아들고 발성연습을 한 뒤 ‘휴대폰을 잃고 여학생에게 빌리는 수줍은 남학생’을 연기하는 실습시간도 가졌다. 박정현 군은 “내레이션은 혼자 읽는 것이 아니라 또박또박 입을 크게 벌려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야 하는 것임을 배웠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가좌파출소를 찾은 5명의 학생은 가스총과 수갑 등 경찰 장비 사용법을 배웠고 직접 수갑을 차보기도 했다. 학생들은 ‘남가좌동에 버려진 오토바이가 있다’는 가상의 상황으로 신고를 받은 뒤 순찰차 모니터에 현장파견 지령이 떨어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황문경 양은 “직접 무전도 해보고 순찰차를 타고 지역을 돌아보니 매우 신기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진로체험교육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울 상암동 KBSN 아나운서실을 자녀와 함께 방문한 유미영 씨(45)는 학생들이 방송카메라 앞에서 실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체험 교육이 더 활성화된다면 아이들의 진로 선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성근 연희중 교사는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한 학기 중간고사를 치르기보다는 이렇게 현장에 나와보는 것이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날 교실에서 동영상 교육을 할 때 시큰둥했던 학생들이 오늘은 현장에 나오니 다들 흥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강현우/박상익/홍선표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