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친필 유시 18년만에 회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성철스님의 친필 유시(諭示·사진)를 훔친 혐의(절도)로 사진작가 이모씨(57)와 이를 매입한 경매업자 K씨(65)를 장물취득 혐의로 각각 입건하고 유시를 18년 만에 회수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유시는 1981년 8월 당시 조계종 종정이던 성철스님이 불국사와 월정사 주지 임명 과정에서 빚어진 폭력사태를 타이르며 쓴 글로, ‘계율을 지키되 맑고 깨끗하라’ 등 네 가지 내용이 담겨 있다. 유시는 불교종단 최고 지도자인 종정의 가르침을 종단에 알리는 문서다.

경찰에 따르면 성철스님을 23년간 곁에서 모셨던 원택스님은 당시 성철스님에 관한 책자를 발행하기 위해 1995년 평소 친분이 있던 유명 사진작가에게 유품 촬영을 맡겼다. 당시 보조작가로 촬영에 참여했던 이씨는 촬영 후 유시를 빼놓고 나머지만 원택스님에게 돌려줬다. 이씨는 유시를 지난해 1월 1000만원을 받고 K씨에게 팔아넘겼고 K씨는 두 달 뒤 경매에 내놔 2100만원에 낙찰됐다. 경찰은 지난해 6월 ‘성철스님과 관련한 위작이 시중에 돌아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 이 유시가 1995년 촬영 때 사라졌던 것으로 밝혀냈다.

성철스님의 유시는 애초 두 점이 작성됐으나 한 점은 소실되고 현재 한 점만 남아 있어 조계종 종단의 귀중한 기록유산으로 꼽힌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