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의사결정 스타일 살펴보니…보텀업·원스톱·피드백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25일 취임 후 두 달여 동안 청와대에서 주재한 회의는 모두 30회. 이 가운데 3분의 2는 각 부처 장관들과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였다. 이들 회의를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회의 때마다 박 대통령은 바로 옆자리에 현장 말단 공무원이나 중소기업인을 앉혔다. 또 장관 등 고위 공무원의 발언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현장 공무원이나 실무 국·과장, 기업인 등의 발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각본에 없는 즉석 토론을 통해 현장에서 나온 제안을 곧바로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과거에는 부처에서 공무원들이 정책을 결정한 뒤 현장에 내려보내 집행하는 식이었다면 새 정부에서는 정책을 만들기 전에 먼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제도로 연결시키는 일종의 ‘보텀업(bottom-up)’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런 것이 박근혜정부의 새로운 의사결정 방식”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식 의사결정 방식’의 첫 번째는 ‘현장 우선’이다. 박 대통령은 정책 회의 때마다 ‘현장’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과거처럼 탁상공론으로 머리로만 짜내서는 헛수고가 될 수밖에 없다”(3월28일 경제정책점검회의), “정책 생산 과정에서부터 과거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주기를 바란다”(4월3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는 주문이 대표적이다. 4월9일 국무회의에서는 장관들에게 “현장에 답이 있으니 가능하면 자주 현장을 찾아라”고 당부까지 했다.

이런 원칙에 따라 회의도 산업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형태로 진행된다. 지난 1일 첫 번째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에게 투자 애로점을 가감 없이 발표하도록 하고 즉석에서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방식을 시도했다. 조 수석은 “앞으로 모든 회의는 현장 사례를 찾아내 그것을 제도로 연결시키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그래야 국민들의 정책 체감도가 높아진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의 정책 입안 전 여론조사나 현장방문 등은 필수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시로 현장을 불시에 방문해 거기서 답을 찾아 정책으로 연결시킨 스타일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 시절 최장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 씨는 회고록에서 “박 전 대통령은 사전예고 없이 경호원과 비서실장만 대동한 채 시장터나 공사장 등을 방문해 현장에서 제기된 민원을 듣고 해당 부처에 알려 처리하도록 지시하곤 했다”고 적었다.

정책 결정 과정부터 입법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률의 국회 통과까지 연결되도록 하는 것 역시 ‘박근혜식 의사결정 방식’이다. 1일 무역투자진흥회의도 지방에 공장을 둔 기업들의 투자 애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해당 지역구 의원을 초청, 현장 목소리를 듣게 한 뒤 법안 통과 약속을 받아내는 식으로 진행됐다.

정책의 생산 못지않게 ‘피드백’(정책 수요자의 반응 확인)을 강조하는 것도 박 대통령의 단골 주문이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정책을 만드는 데 10%의 힘을 쏟았다면 90%는 꼭 확인하고 현장에서 어떻게 되는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16일 장·차관 워크숍에서는 “정책을 잘 만들었더라도 현장에서 얘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정책 집행 후 어떻게 작동하는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개선해서 다음 정책에 반영하는 피드백 구조 정착에 더 관심을 쏟아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머리보다는 발로 뛰는 공무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장관들도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