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상황 언제 변할지 몰라…94년 '채권 대학살' 떠오른다"
미국 1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사진)가 “현재의 금리 환경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많은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1994년과 닮았다”고 경고했다.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이 언제든지 빠르게 바뀌어 시장 참가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뜻이다.

블랭크페인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자산운용협회 연례 콘퍼런스에서 “1994년의 상황이 보여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에 큰 충격을 받았던 당시 상황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990년 시작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1992년 9월부터 1994년 2월까지 17개월간 기준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3%로 유지했다. 그러다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자 1994년 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 동안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급격히 올렸다. 이에 1993년 말 6%를 밑돌던 미국 국채 30년물의 금리는 1994년 말 8% 위로 치솟았다. 채권 가격이 폭락하자 1994년 10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채권시장 대학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도 당시 큰 손실을 봤다. 당시까지 파트너십으로 운영되던 골드만삭스는 손실액이 불어나자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했고 일부 파트너들은 회사를 떠나야 했다. 블랭크페인은 “돌이켜보면 금리 상승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며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지만 Fed의 현 저금리 정책은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Fed는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던 200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사실상 제로 수준인 0~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매달 850억달러의 국채와 모기지채권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블랭크페인은 “장기적으로 볼 때 디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더 크지만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파괴적”이라며 “Fed의 경기부양책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블랭크페인은 미국 경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와 주택시장 회복 등 미국은 성장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당장 올해가 중국의 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21세기는 그들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