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산제약 안창호 회장 "창조경제, 국가브랜드 개선에 활용해야"
미국 뉴욕증권래소에 상장된 렉산제약의 안창호 창업자 겸 회장. 그는 미국 교포사회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꼽힌다. 주미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DC 동포간담회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사양했다고 한다. 자신과 같은 70학번 대통령의 방미여서 감회가 새롭지만 사업에만 전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록빌의 사무실에서 안 회장을 만났다.

▷창조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창조경제를 꺼내든 것은 한국이 10년, 20년 뒤에 뭘 먹고 살 것인가를 찾아보자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을 지탱할 새로운 산업이 무엇이며 그것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노태우정부부터 이명박정부까지 5대 정권이 모두 성장동력을 키우겠다고 한 분야가 바이오였다. 엄청난 돈을 퍼부었지만 결과는 어땠나. 기간산업이 되기는커녕 태국보다 뒤떨어져 있다. 한국의 제약회사를 모두 합쳐도 글로벌 20위권에 있는 제약회사 매출에도 미치지 못한다.”

▷창조경제가 어렵다는 뜻인가.

“IBM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 구글 이런 것이 창조경제의 산물이다. 임기 5년간 창조경제의 결실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창조경제가 꽃필 수 있도록 기초를 잘 다지는 일을 해야 한다.”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벤처기업 육성이 강조되고 있다.

“창의성 있는 기술로 쉽게 창업할 수 있고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벤처생태계는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과거 김대중정부 때와 같은 ‘벤처열풍’을 조심해야 한다.”

▷부처마다 창조경제를 외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식품의약국(FDA)에서 13년간 일하면서 느낀 점은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문제는 한국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10~2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많다. 반면 한국은 갓 대학을 졸업한 사무관이 국가정책을 기안할 때가 많다.”

▷한국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인데.
“창조경제를 창업 활성화에만 적용하지 말고 국가브랜드를 개선하는 데도 활용해야 한다. 스위스 하면 시계, 프랑스는 패션, 독일은 자동차, 이탈리아는 디자인과 가죽제품 등이 떠오르지만 한국은 아직 없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를 만들면 관광산업도 덩달아 발전한다.”

안 회장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뒤 군복무를 마치고 28세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 다시 학사와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NHI와 FDA에서 13년간 근무한 뒤 바이오 벤처기업 렉산제약을 설립했다.

록빌=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