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000억엔(약 1조10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 개발에 나선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6일 “기존 이화학연구소의 슈퍼컴퓨터 ‘게이(京의 일본식 발음)’보다 100배 정도 빠른 성능을 가진 엑사(100경)급 슈퍼컴퓨터를 2020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의 슈퍼컴퓨터 ‘게이’의 초당 계산속도는 1경510조회로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재작년 1경회를 돌파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곧이어 미국의 ‘세콰이어’와 ‘타이탄’이 등장하면서 순위가 밀렸다. 엑사급 슈퍼컴 개발을 통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아 오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목표다.

슈퍼컴퓨터는 가정용 컴퓨터로 100년 이상 걸릴 작업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최첨단 장비다.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보통 정보처리 속도를 기준으로 세계 500위 이내의 컴퓨터를 슈퍼컴퓨터라 부른다. 천체물리학부터 의료, 생활용품까지 응용 범위가 방대하다.일본은 슈퍼컴퓨터를 지진 태풍 등의 재난 피해를 예측하는 데도 활용하고 있다.

500위 안에 드는 슈퍼컴퓨터의 국가별 보유 대수는 미국이 250대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중국(72대) 일본(32대) 영국(24대) 프랑스(21대) 독일(19대) 순이다.

슈퍼컴퓨터는 국가 과학기술력의 지표인데다 산업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힘을 갖고 있어 세계 각국의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과 일본 등이 주도하던 슈퍼컴퓨터 시장에 최근 들어 도전장을 낸 곳은 중국. 2010년 11월 ‘텐허-1A’라는 컴퓨터를 개발, 2011년 일본의 ‘게이’가 발표되기 전까지 1년 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럽도 분발 중이다. 2020년까지 엑사급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기 위한 ‘몽블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