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그동안 벤처 창업자의 자금 회수와 재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상속증여세법 조항을 바꿔 앞으로는 벤처기업 인수·합병(M&A) 때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상속증여세법 35조는 벤처기업이 국세청이 산정한 장부가격(시가)보다 30% 이상 회사를 비싸게, 또는 싸게 팔 경우 이를 매각이 아닌 증여로 간주해 매도 측 또는 매수 기업 측 대주주에게 30% 초과분에 대해 최대 50%까지를 증여세로 물리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소득세(10%)와 지방소득세(1.0%), 그리고 증권거래세(0.5%)를 더하면 세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벤처 창업자들은 회사 매각시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초기 가격을 높게 불러 거래가 무산되거나 세금을 내기 위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 조항은 대기업 집단이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 간 내부 거래를 통해 손쉽게 기업 이익을 증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벤처업계의 M&A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업계가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한 비중은 1%에 불과한 반면 경영권이 없는 지분을 파는 장외 매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달한 것도 불합리한 세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따라 벤처기업 매각시 원칙적으로 거래가격 과소 여부에 관계 없이 증여세를 완전 면제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인정한 투자자에게 높은 가격에 회사를 판 행위를 증여로 간주해 과도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해당 기업의 대주주 간에 편법 증여 의혹이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조사를 거쳐 과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또 M&A 시장의 활력 증진을 위해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을 인수한 측에 대해서도 인수 대금의 일정 부분을 법인세액에서 깎아주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벤처 M&A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에 이 같은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김우섭/좌동욱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