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가 핀 비위생적인 작업 환경에서 브라질산 냉동 닭을 국내산 닭으로 둔갑시키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국내산의 절반 가격에도 못 미치는 브라질산 냉동 닭을 수입업자로부터 사들여 불법 건축물에서 국내산 닭으로 둔갑시켜 국내 대형 마트 등에 약 4개월 간 100여톤을 유통한 혐의(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송모씨(48)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백모씨(35)는 불구속입건하고 도주한 공범 김모씨(50)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 일당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100평 규모의 가설 건축물에서 공급받은 브라질산 수입 냉동 닭을 부위별로 절단한 후, 국내산 닭과 50:50비율로 혼합했다. 혼합 닭은 닭갈비, 닭강정, 닭꼬치 등으로 가공했고, 라벨 기계를 이용해 ‘국내산’으로 허위 표시한 뒤 대형마트와 전국 치킨 전문점 등에 불법 유통했다. 지금까지 공급한 닭은 약 100여톤, 금액은 10억여원 수준이다.

경찰은 불법유통 닭을 생산한 가설건축물을 수색한 결과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작업들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송씨 일당들은 1층 냉장실에 원산지 허위 표시된 완제품과 가공 작업 중 나온 것으로 보이는 부패된 잔해물을 비포장 상태로 함께 보관했고, 곰팡이가 핀 도마 등을 작업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혼합 작업 중 첨가하는 설탕 등의 모든 첨가물도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을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당들은 정상적인 업체로 위장하기 위해 가짜 간판을 설치하고 혼합 작업을 하는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없애버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입산 냉동 닭이 국내산으로 둔갑 후 시중에 유통 판매되는 범죄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단속을 펼칠 예정이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