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꼼수' 부려야 공시의 완성?
상장사들의 ‘실적전망 공시’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아 투자자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정 실적은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기준(지배·종속 관계에 있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종합한 기준)으로 발표해야 하는데, 실적전망 공시는 별도기준으로 한다거나 뚜렷한 근거 없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식이다.

◆전망은 별도, 주재무제표는 연결기준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지난 3월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공정공시)’ 공시를 하면서 IFRS 별도기준으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발표했다. 올해부터 나이스신용평가정보와 같이 종속회사가 있는 상장사들은 연결기준을 주재무제표로 하는 분·반기와 연간 실적을 발표해야 한다.

소프트포럼도 지난 6일 실적전망 공시를 하면서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제시했다. 소프트포럼도 연결 기준을 주재무제표로 하는 분·반기와 연간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장사다.

동성화인텍 우양에이치씨 코오롱생명과학 등 8개사는 실적전망 회계기준이 연결기준인지, 별도기준인지조차 명시하지 않았다. 회계기준이 다르면 실적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적전망 공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4대 꼼수' 부려야 공시의 완성?

◆실적 뻥튀기도 여전

‘실적 뻥튀기’도 실적전망 공시에서 없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올해 실적전망 공시를 한 58개 코스닥 상장사 중 작년 영업이익이 실적전망 공시의 영업이익보다 20% 이상 적었던 회사는 10곳이다. 이 중 8곳은 올해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작년보다 22~121% 급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실적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거나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공시했으면서도 근거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상장사도 있다. 이랜텍은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3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공시했다. 작년(137억원)보다 214%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랜텍은 “사업환경을 고려했다”고만 밝혔다. 한국자원투자개발은 올해 영업이익이 7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공시하면서 근거는 “수주잔액과 영업환경을 감안해 추정했다”고만 설명했다.

◆입맛에 맞는 내용만 공시

공시 서식을 지키지 않는 상장사도 많다. 청담러닝은 올해 실적전망 공시를 하면서 작년에도 실적전망 공시를 했다는 내용을 넣지 않았다.

청담러닝은 작년 영업이익을 140억원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130억원이었다. 코렌도 작년 영업이익이 57억원으로 확정됐지만 전망치는 61억원이었다. 코렌도 올해 실적전망 공시에 작년 실적전망 공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에선 매출이나 영업이익 전망이 아닌 판매 대수나 수주잔액만 공시에 넣는 곳도 있다. 쌍용자동차는 실적전망 공시에 ‘판매 대수가 14만9300대’라는 전망만 넣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연결 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가 맞지만 별도 재무제표도 보고서에 들어간다”며 “연결 기준으로 통일하는 게 합리적이지만 상장사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 담당 부처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실적전망 공시는 거래소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