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새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과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새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과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금융회사 경영은 금융 전문가가 맡아서 해야 합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8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낙하산’이 난무하는 금융계 관행을 앞으로 고쳐가겠다는 의미다. 그는 포럼에 앞서 기자와 만나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관료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에 “민간 회사의 회장 선출은 후보들의 능력과 자질 등에 대해 회사가 스스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다만 “능력과 자질이 훌륭한 후보가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돼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신제윤 금융위원장 "우리금융 민영화 시장이 원하는대로…금융업은 금융인이 맡아야"
▷황건호 서울대 경영대 초빙교수(전 금융투자협회장)
=금융의 공공성과 상업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보나.

▷신 위원장=한국 금융산업에는 왜 삼성이나 LG가 없느냐는 지적을 많이 한다. 비판을 달게 받겠지만 억울한 점도 있다. 그동안 우리 금융산업은 실물을 지원하는 기능을 우선했다.

지금은 기업들이 금융에 의존하는 부분이 작아졌다. 치고 올라갈 여건이 됐다. 공공성과 상업성은 늘 충돌한다. 업권별로 보면 규제 수준에 차이가 크다.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히 풀겠다. 전체적으론 규제 완화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황 교수=금융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데는 사람의 문제도 있다고 본다.

▷신 위원장=금융은 금융 전문인이 맡아서 해야 한다고 본다. 철학을 갖고 꾸준히 추진해가겠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금융감독원에서 분리할 계획인가.

▷신 위원장=두 개를 분리하는 것을 ‘쌍봉형’이라 하는데, 태스크포스(TF)에서 방안을 만들고 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어떤 방향이든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세 가지 장애물이 있다. 적정 가격을 찾는 문제, 매각 타이밍을 찾는 문제, 지배구조 설정 문제다. 어떤 전략으로 이 장애물을 넘을지 궁금하다.

▷신 위원장=우리금융 민영화는 국민주 방식을 제외하고는 어떤 방식이든지 빨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에 말했듯이 직(職)을 걸고 추진하겠다. 일괄매각이든 분할매각이든 그 둘을 합친 것이든 간에 책임지고 하겠다. 적정 매각가격은 민영화 방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난 5년간 세 번에 걸친 매각 시도가 무산됐다. 이제 ‘마지막 카드’를 써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민영화를 성사시켜 그거 하나 제대로 하고 갔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추진)하다 보면 메가뱅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메가뱅크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아버지(정책금융공사)와 아들(산은금융지주)을 바꿀 수 있다’는 발언도 했는데.

▷신 위원장=대통령 공약사항 중 선박금융공사가 있다. 또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고민 중이다.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는 하나의 검토 대안을 제시한 것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금산분리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제2금융권까지 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신 위원장=30년 넘게 금융 관료를 하며 기업 구조조정을 해 보면 (기업이) 금융 쪽에 있는 계열사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있곤 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현정택 무역위원회 위원장=STX그룹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이 언급되곤 한다.

▷신 위원장=기업구조조정은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당국 개입 없이) 채권단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있으면 채권 기관이 주도해 살릴 것이다. 다만 조선 해운 건설 등 경기 민감업종의 경우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현 위원장=영구채 등 신종자본증권을 인정해줄 계획은 없는가.

▷신 위원장=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는 투자한 벤처기업이 성공하면 정부는 이자 정도만 보상받고 참여한 자본에는 콜옵션으로 수익을 보게 한다. 우리의 모태펀드가 어디에 투자해 서너 배 수익을 남겼다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신 위원장=정책금융에서 1차적으로 손실을 분담하도록 하는 구조의 펀드를 만들면 민간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콜옵션도 중요한 대안이다.

▷문정숙 숙명여대 교수(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금융교육은 금융감독원, 경제교육은 기획재정부, 소비자교육은 소비자원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일관된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신 위원장=100세 시대로 가고 있어 중요한 문제다. 관심 있게 보겠다.

이상은/류시훈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