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가격 강세…"추가 인하 기대감 커질 것"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깜짝' 인하 소식에 채권시장은 반색했다.

이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한차례 반영된 상태라 추가적인 금리 하락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시장에서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예상밖 인하에 채권시장 강세로 '화답'
한국은행이 9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2.50%로 인하하자 채권시장이 강세로 '화답'했다.

오전 11시 6분 현재 3년 국채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0틱 상승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전일보다 0.06%포인트∼0.07%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같은 시각에 10년 국채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52틱 올랐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전일 대비 0.06%포인트 이상 떨어졌음을 뜻한다.

이날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전까지 최근 국고채 금리 수준이 워낙 낮았던 탓에 시장은 설사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추가적인 금리 하락은 힘들 것으로 봤었다.

그러나 시장의 이런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인 것은 연내 추가로 기준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수준이 낮았음에도 오늘 기준금리 인하 결정 후 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급상황을 살펴보면, 국채현물 시장에서는 보험과 기관 등 장기적 투자 성향을 지닌 기관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채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장 초반 매도세를 보였다가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되자 매수세로 돌아섰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채현물 시장에서는 환 베팅을 하지만, 국채선물 시장에서는 금리 변동을 통한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늘처럼 금리 변동성이 큰 날에는 외국인이 선물을 사들인다"고 설명했다.

◇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높아질 것"
채권 전문가들은 선진국 시장의 금리 인하 분위기에 한국 시장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것이 이번 금리 인하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나정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호주 등에서 금리 인하를 하면서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더군다나 경제지표가 좋지 않게 나오면서 한은 총재가 인하에 반대한다고 해도 금리 동결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위원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석 연구원도 "호주 등이 긴축 모드에서 경기부양 쪽으로 바꾼 것이 한국에도 압박이 되는 등 선진국 정책이 국내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줬다"며 "집요한 정치권과 정부의 인하 요구도 한은에서 쉽게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시장과 관련해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한 시장에서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시장에서 관례적으로 통용되는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일 사상 최저인 연 2.44%까지 내려가는 초강세를 보였다.

문홍철 연구원은 "채권 시장에서는 어제만 해도 동결 전망이 약간 우세했는데 오늘 인하가 이뤄져 추가 인하 기대감도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석 연구원도 "추경의 효과가 드러나고 기저효과를 뺀 성장률이 나타나는 7∼8월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의 기대감을 전했다.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강세 시장이 계속 이어질 것인지를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정오 연구원은 "채권 시장에서 인하에 대한 심리가 선반영된 상태에서 앞으로 금리 인하가 몇 번 더 있을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눈치 싸움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강세장이 될 것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부양에 실질적 효과를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 연구원은 "오늘 0.25%포인트 인하는 실제 효과보다는 상징적이고 심리적 의미가 있다"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은 이번 한 번 인하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배영경 기자 kong79@yna.co.kr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