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실적잔치, 엔低 덕만 봤다고?…숨은 힘은 '가이젠'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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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공정 모두 없애고 설비투자 절반 줄여 내실경영
뼈 깎는 자구노력 "집념의 결과"
뼈 깎는 자구노력 "집념의 결과"

그로부터 딱 4년이 흐른 지난 8일. 작년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집념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리고 1조3000억엔이 넘는 영업이익 수치를 발표했다. 단발성 엔저(低)로만 도요타의 실적을 설명하지 말아 달라는 뉘앙스였다.
도요타의 혁신 활동을 일컫는 ‘가이젠(改善)’은 한때 세계 모든 기업의 학습 대상이었다. 그러나 리먼 사태 등을 겪으며 신화는 무너졌다. 엔고에 대지진, 태국 홍수 등의 악재도 겹쳤다.
시련의 기간. 도요타는 가이젠을 원점에서 재점검했다. 우선 생산라인에 주목했다. 불필요한 공정은 모두 없앴다. 4년여의 노력 끝에 지금은 생산라인이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짧아졌다.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도 줄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리먼 사태 이전엔 새로운 생산라인 투입 후 이익을 낼 수 있는 최소 생산 대수가 20만대였는데 지금은 10만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무리한 투자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리먼 사태 이전 1조5000억엔(2007년 기준)에 달했던 설비투자 금액은 현재 8000억엔대로 감소했다. 대형 설비가 줄면서 감가상각비용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앞으로도 3년 동안은 국내외에 새로운 공장을 짓지 않을 방침이다.
도요타의 가이젠 성과는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작년에 거둔 영업이익 1조3209억엔 가운데 비용 삭감에 의한 효과가 4500억엔에 달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추산이다. 엔화 가치 하락에 의한 추가이익(1500억엔)보다 세 배가량 많은 규모다. 내년 실적은 올해보다 더 나을 전망이다. 그래도 긴장의 끈은 늦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도요다 사장은 “공격적으로 나설 시점이 되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들리지만, 이제 겨우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