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히든챔피언'에 없는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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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슈투트가르트/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
“여긴 ‘대박’을 기대하는 기업이 없습니다. ‘한방’을 노리지 않고 ‘꼼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가 ‘히든챔피언’ 탄생의 배경이 된 거죠.”
국내 중소기업 대표들과 독일 스위스 등지의 히든챔피언 기업을 참관하던 도중 만난 한상은 KOTRA 뮌헨센터장은 히든챔피언들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2년 동안 뮌헨에서 근무하면서 독일 히든챔피언을 지켜보며 얻은 결론이다. 독일 기업들은 다음 분기, 내년 실적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하기보다는 10~20년 단위의 장기 계획에 따라 경영한다는 것이다. 가업 승계를 통해 우수한 기술 인력을 육성하고,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이유다.
귀를 쫑긋 세우고 한 센터장의 설명을 듣던 한 중소기업인은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줬다. 그는 KTX가 개통되기 한참 전 공장 부지를 찾기 위해 충청지역을 찾은 독일 기업 관계자와 미팅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독일 사람들에게 “KTX가 개통되면 천안·아산 지역 땅값이 많이 오를 테니 지금 투자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상대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우린 부동산 회사가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변 환경과 입지가 중요할 뿐 땅값이 오를지 말지는 관심없다는 것이었다.
히든챔피언들이 오로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한 전문화를 통해 사업에만 전념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당장 수익을 거두는 것보다 40~50년 뒤에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당연히 찾아간 기업마다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매출 규모가 작아도, 지방에 공장을 두고 있어도, 직원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았다. 고졸·대졸자 간 구분도 없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도 없었다. 학력에 관계없이 필요한 기술을 익히면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오로지 몸에 밴 기술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만 만들면 되는 분위기였다.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마케팅을 지원하고 낮은 금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고 회사를 이끌어가는 기업인들이 존경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국형 히든챔피언’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정현 슈투트가르트/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
국내 중소기업 대표들과 독일 스위스 등지의 히든챔피언 기업을 참관하던 도중 만난 한상은 KOTRA 뮌헨센터장은 히든챔피언들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2년 동안 뮌헨에서 근무하면서 독일 히든챔피언을 지켜보며 얻은 결론이다. 독일 기업들은 다음 분기, 내년 실적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하기보다는 10~20년 단위의 장기 계획에 따라 경영한다는 것이다. 가업 승계를 통해 우수한 기술 인력을 육성하고,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이유다.
귀를 쫑긋 세우고 한 센터장의 설명을 듣던 한 중소기업인은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줬다. 그는 KTX가 개통되기 한참 전 공장 부지를 찾기 위해 충청지역을 찾은 독일 기업 관계자와 미팅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독일 사람들에게 “KTX가 개통되면 천안·아산 지역 땅값이 많이 오를 테니 지금 투자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상대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우린 부동산 회사가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변 환경과 입지가 중요할 뿐 땅값이 오를지 말지는 관심없다는 것이었다.
히든챔피언들이 오로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한 전문화를 통해 사업에만 전념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당장 수익을 거두는 것보다 40~50년 뒤에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당연히 찾아간 기업마다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매출 규모가 작아도, 지방에 공장을 두고 있어도, 직원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았다. 고졸·대졸자 간 구분도 없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도 없었다. 학력에 관계없이 필요한 기술을 익히면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오로지 몸에 밴 기술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만 만들면 되는 분위기였다.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해 해외마케팅을 지원하고 낮은 금리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고 회사를 이끌어가는 기업인들이 존경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국형 히든챔피언’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정현 슈투트가르트/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