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두 번째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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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선물인 음악을 가능케하는 힘
가족·관객들에게 선물 돌려주고 싶어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fadela04@hotmail.com
가족·관객들에게 선물 돌려주고 싶어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fadela04@hotmail.com
내가 받은 첫 번째 선물은 음악이요, 두 번째 선물은 사람이다. 특히 사랑하는 나의 가족. 각각의 얼굴 넷이 모여 서로를 바라보고 웃으며 시작하는 아침 식탁엔 어디에도 비길 수 없는 뿌듯함이 있다. 바이올린을 가르치며 연주하는 아내, 역시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큰딸, 섬세하고 사랑스런 마음씨와 손길로 식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은딸. 더욱이 함께 음악을 공부하고 연주할 수 있어 더욱 감사한 선물이다.
언제나 나는 ‘빵점 아빠, 빵점 남편’이지만 그들은 누가 뭐래도 언제나 나를 지켜주는 든든하고 넓은 울타리다. 연주회 준비로, 가르치는 일로 하루 스물네 시간도 부족하다고 입에 달고 살면서 모든 것을 이해해달라고 은연중 요구하는 나에게 아이들로서의 불평도 아내로서의 볼멘소리도 잊은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식구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을 받을 땐 할 말이 없다. 아주 가끔 넷이 모여 작은 음악회를 펼칠 때는 너무나 소중해서 감히 포장을 뜯기도 조심스러운, 내가 받은 이 선물을 누구에게 어떻게 감사해야 할까 가슴이 벅차오기도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큰 선물, 내 연주회를 찾아주는 관객들이다. 나는 무대에 올라 준비한 많은 이야기와 아름다운 색채를 전해줘야 하는 지휘자이기에 내 연주를 사랑해서 들어주는 관객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그 소중함이 절실해진다. 무대 뒤에 잘 차려입은 연주자가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것은 청중과의 진솔한 교감, 나의 마음과 그들의 마음이 활짝 열려 내 땀방울과 숨결까지 마음껏 주고받은 깊은 교감의 연주를 끝냈을 때 행복의 절정에 오르는 연주자. 그러기에 내 연주를 찾아주는 관객은 정말 어떤 멋진 선물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선물이다.
내가 받은 선물은 아직도 많이 있다. 나를 믿고 따르는 교향악단 단원들, 나를 사랑하는 동료들, 뜻이 맞는 친구들, 내 가르침을 따라주는 학생들. 이제 나도 감사함으로, 그렇게 선물을 듬뿍듬뿍 나눠줘야 할 일이 남았다. 어쩌면 내 음악 인생의 모토일 수도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마음껏 사랑하고 살 수 있도록 좋은 연주를 많이 마련해 들려주는 일, 곧 아름다운 음악을 만나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고 클래식 음악처럼 품위 있고 고상한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음악적 사회를 만드는 데 내 작은 힘을 모으고 싶다. 그렇게 내 선물을 되돌려주고 싶다.
김대진 <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fadela04@hotmail.com >
언제나 나는 ‘빵점 아빠, 빵점 남편’이지만 그들은 누가 뭐래도 언제나 나를 지켜주는 든든하고 넓은 울타리다. 연주회 준비로, 가르치는 일로 하루 스물네 시간도 부족하다고 입에 달고 살면서 모든 것을 이해해달라고 은연중 요구하는 나에게 아이들로서의 불평도 아내로서의 볼멘소리도 잊은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식구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을 받을 땐 할 말이 없다. 아주 가끔 넷이 모여 작은 음악회를 펼칠 때는 너무나 소중해서 감히 포장을 뜯기도 조심스러운, 내가 받은 이 선물을 누구에게 어떻게 감사해야 할까 가슴이 벅차오기도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큰 선물, 내 연주회를 찾아주는 관객들이다. 나는 무대에 올라 준비한 많은 이야기와 아름다운 색채를 전해줘야 하는 지휘자이기에 내 연주를 사랑해서 들어주는 관객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그 소중함이 절실해진다. 무대 뒤에 잘 차려입은 연주자가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것은 청중과의 진솔한 교감, 나의 마음과 그들의 마음이 활짝 열려 내 땀방울과 숨결까지 마음껏 주고받은 깊은 교감의 연주를 끝냈을 때 행복의 절정에 오르는 연주자. 그러기에 내 연주를 찾아주는 관객은 정말 어떤 멋진 선물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선물이다.
내가 받은 선물은 아직도 많이 있다. 나를 믿고 따르는 교향악단 단원들, 나를 사랑하는 동료들, 뜻이 맞는 친구들, 내 가르침을 따라주는 학생들. 이제 나도 감사함으로, 그렇게 선물을 듬뿍듬뿍 나눠줘야 할 일이 남았다. 어쩌면 내 음악 인생의 모토일 수도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마음껏 사랑하고 살 수 있도록 좋은 연주를 많이 마련해 들려주는 일, 곧 아름다운 음악을 만나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고 클래식 음악처럼 품위 있고 고상한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음악적 사회를 만드는 데 내 작은 힘을 모으고 싶다. 그렇게 내 선물을 되돌려주고 싶다.
김대진 <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fadela04@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