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의 폭언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남양유업이 9일 서울 중림동 브라운스톤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왼쪽 네번째)와 임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영업사원의 폭언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남양유업이 9일 서울 중림동 브라운스톤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왼쪽 네번째)와 임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번 남양유업 사태는 한국 사회의 갑을관계, 식음료 업계의 밀어내기식 영업관행 등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거리를 남겼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기관리 경영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조미나 세계경영연구원 상무 등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24시간 내 사과 △가감 없는 사건 전모 공개 △구체적인 재발방지 약속을 SNS 위기대응의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소비자 마음 얻지 못한 첫 사과

'발등의 불'SNS 시대 위기대응 3원칙…(1) 숨지말고 24시간안에 잘못 사과하라
폭언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올라온 다음날인 지난 4일 남양유업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처음으로 사과문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사과문을 처음 게재할 때 포함시켰던 ‘(이번 녹취록은) 남양유업 영업 사원과 대리점주 간 욕설로 확인됐다’는 표현을 ‘영업 내부조직 간 통화내용으로 확인됐다’고 수정했다. 이로 인해 네티즌으로부터 “내용이 진실하지 못하고, 억지로 사과하는 것 같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올해 초 유럽에서도 있었다. 유럽 전역을 뒤흔든 말고기 파문 때 영국 유통기업인 테스코는 “햄버거 등 문제가 된 제품이 건강을 해치지는 않는다”는 내용의 해명을 내놓았다가 네티즌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2010년에는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이 160만여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케빈 스미스 영화 제작자 겸 감독을 뚱뚱하다는 이유로 태우지 않았다가 네티즌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뒤 스미스 감독에게 사과한 사례도 있었다. 조 상무는 “사과할 때에는 잘못이 있건 없건간에 24시간 이내에 솔직하게 전모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정성 획득이 관건

전문가들이 꼽는 남양유업 사태의 또 다른 문제는 지난 1주일 동안 대표이사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양유업은 첫 사과문의 작성자를 표시하는 부분에 대표이사의 이름(김웅)을 뺀 채 ‘남양유업 대표이사 배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주일 동안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피하기 위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에서 벗어나 외부에 주로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초 임신부 폭행 논란으로 SNS상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채선당의 김익수 대표가 논란이 된 목격담이 인터넷에 올라온 다음날부터 전면에 나서 문제를 해결했던 것과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당시 김익수 대표는 사건 초기 문제가 된 임신부에게 사과하는 것에서부터 매장의 CCTV 화면을 확보하는 데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이를 통해 극도로 악화됐던 인터넷 여론을 극적으로 반전시켰다.

한편 이번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다른 기업들은 일제히 자숙모드에 들어갔다. 지난달 한 임원의 승무원 폭행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포스코에너지는 최근 전 임직원들에게 사내 회식이나 개인적인 술자리 등을 갖지 말라고 했다. 현대백화점은 전 협력사와의 모든 거래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