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첫 방미 기간 상·하원 연설을 전직 대통령의 연설과 비교하면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연설문 작성 과정이 다르다. 과거 정부에서는 대부분 연설문 초안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만들어 청와대 재가를 받았다. 연설문 작성 과정부터 미국 로비회사가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 대사관이 주로 동원한 미국 로비회사는 ‘웨스트윙라이터스(West Wing Writers)’로 각종 연설문이나 보고서 작성을 전담하는 곳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미 의회 연설을 위해 로비회사에 지급한 액수는 2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박 대통령의 의회 연설문은 초안부터 최종안까지 청와대 주도로 작성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외교라인에서 올린 초안을 검토하며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용어나 문구로 직접 수정작업까지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초안과는 완전히 달라진 연설문이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종안을 미 로비회사에 감수받는 과정은 거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설을 듣는 미국인들의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표현을 여기에 맞게 부분 수정했을 뿐”이라고 했다.

의회 연설 성사 과정도 달랐다. 과거 정부에서는 대부분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맞춰 정부 관계자들이 의회 연설을 성사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회 연설 때도 당시 한덕수 주미 대사가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수차례 접촉해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 의회가 먼저 연설을 제의해 와 이뤄진 것이다.

연설회장에 모인 상하원 의원 숫자도 달랐다. 과거에는 대부분 우리 정부가 나서 성사시킨 까닭에 의원들의 참석률이 저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1층 본회의장 좌석이 한 석도 비지 않고 꽉 찼다.

워싱턴=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