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뜨겁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엊그제 사상 처음으로 15,000포인트를 돌파했고 S&P500 지수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독일 영국 등 유럽증시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섰다.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는 거의 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영 딴판이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2011년 4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2231.47포인트)에 비하면 1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는 1900~2000포인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모두가 오르는데 ‘나홀로’ 게걸음을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증시 강세의 원인은 아무래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양적완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경기회복을 위해 지난해부터 각국 중앙은행이 거의 무제한으로 풀어댄 돈이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 증시에서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4월까지 5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고 5월 들어서도 어제까지 5000억원이 넘는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일부에선 글로벌 증시 랠리에 우려도 제기한다.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돈의 힘으로 오른 만큼 조만간 버블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버블 여부를 떠나 왜 글로벌 자금이 유독 한국만 외면하느냐는 점이다. 흔히 엔저나 북한리스크 등을 이유로 들지만 그런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엔저가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북한 문제는 분명 위협적이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결국 외국 자금이 한국을 떠나는 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지어 더 이상 국내에서는 기업하기 힘들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기업이 이 정도라면 이런 기업들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외국 자본은 더더욱 한국에 머물 유인이 없을 것이다. 결국 반기업 반시장 분위기를 제도화하고 있는 경제민주화가 문제의 본질이다. 외국인 탓으로 돌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