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결국 기준금리를 연 2.50%로 7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하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추경예산 편성, EU 호주 인도의 금리인하 등 상황 변화를 감안했다고 말한다. 지난달 금리동결 때와는 또 달라진 설명이다. 금통위원들의 표결 결과도 지난달엔 동결과 인하가 3 대 3으로 갈려 김 총재가 캐스팅보트까지 행사했지만, 이번엔 6(인하) 대 1(동결)로 대체로 컨센서스를 이뤘다. 한국만 뒤처지는 듯한 최근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한은이 정부와의 불협화음을 일단 봉합하고 정책공조의 물꼬를 트려고 고심한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김 총재의 설명을 아무리 들어봐도 경제주체들의 혼란과 시장의 불신이 말끔히 해소될 것 같지 않다. 그동안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경제주체들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물가가 떨어져서 다들 걱정인데 뜬금없이 물가불안을 강조했던 김 총재다. 올해 성장을 지원하는 쪽으로 통화정책을 펴겠다더니 느닷없이 한은법 1조(물가안정)를 앞세우기도 했다. 금리를 동결할 땐 금리동결 국가를 나열하며 이유로 삼더니, 금리를 내릴 땐 금리인하 국가들을 열거하는 식이다. 진작 결론을 내놓고 그에 부합하는 증거들만 수집한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최근 한 달간 갈지자에 가까운 행보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김 총재는 지난달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2.8%→2.6%)할 때는 캐스팅보트까지 행사하며 금리인하를 막은 반면, 이달에는 경제전망이 전달과 달라진 게 없다면서도 시장 예상을 뒤엎고 금리를 인하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이젠 정부가 나설 차례”라던 그가 추경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책공조에 동참한다니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추경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닌데, 이제 봤다는 식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금리결정 과정에선 무수한 대내외 변수를 감안하지만 결과는 인상, 인하, 동결 등 3가지뿐이기에 충분한 보완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재의 설명이 그때그때 달리 들리는 게 과연 듣는 이들만의 문제일까. 중앙은행 총재가 자신의 설명을 해명하고, 손바닥 뒤집듯 한다면 그 자체로 불확실성이 되고 만다. 김 총재는 보다 근본적인 설명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