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면서 청명한 녹음을 즐기려는 상춘객들로 전국의 산들이 북적이고 있다. 등산을 하며 무심코 산을 바라보면 다 똑같은 산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풍수지리학이나 생태학적으로 보면 산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풍수지리학자들은 산을 크게 육산(肉山)과 골산(骨山)으로 나눈다. 육산은 어머니의 치맛자락처럼 완만한 산줄기에 흙이 많이 뒤덮인 산을 가리킨다.

생태학적으로도 육산의 대부분은 편마암 계통의 암석이 풍화작용에 의해 작은 알갱이 흙으로 변한 것이기에 다양한 식생이 분포돼 있다. 한국의 대표적 육산인 지리산에 반달곰을 비롯해 각종 천연기념물, 수만가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환경 때문이다. 서울 남산과 청계산도 대표적인 육산으로 꼽힌다.

육산 근처에 살면 재물이 많아지고 삶이 윤택해진다는 게 풍수지리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실제 국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집은 대부분 육산으로 꼽히는 남산 아래 있는 한남동에 밀집해 있다. 호남의 부호로 꼽혔던 인촌 김성수의 고향도 육산으로 알려진 방장산이 있는 전북 고창이다.

반면 골산은 육산에 비해 군살이 다 빠진 바위산을 가리킨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외관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식생은 빈약하다는 게 여러 풍수지리학자의 지적이다.

지리학적으로도 지구 내부에 있는 마그마가 그대로 땅속에서 굳어져 생긴 화강암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지표로 노출돼 만들어진 산이다. 경기 5악이라 불리는 관악산 감악산 화악산 운악산 송악산 등 악(嶽)자가 들어간 산은 대부분 골산이다.

골산은 살을 지탱해주는 뼈를 상징하며 그 뼈는 곧 권력과 명예를 의미한다고 풍수지리 연구가들은 말한다. 과거 태조 왕건이 골산인 송악산이 있는 개성에 수도를 세운 것, 이성계가 골산 북악산 아래 나라의 터를 삼은 것도 이 같은 산에 얽힌 풍수지리와 무관하지 않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