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생산자물가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가 떨어진다는 건 기업들이 이윤을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1분기 7.7%라는 부진한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경제가 더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 생산자물가가 -2.4%를 기록했다고 9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금속·화학 산업의 하락 폭이 컸다. 생산자물가 하락의 주요 요인은 과잉 투자 때문이다. 유럽 일본 미국 등 주요 수출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국영 기업 보호가 이 같은 문제를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자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 공장 수를 크게 늘렸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시장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중국 정부는 기업을 정리하지 않았다. 창지안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는 돈을 풀어 기업들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며 “결국 과잉 공급으로 산업계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주요 국영 기업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중국 알루미늄공사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소폭 올랐는데도 9억7500만위안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전체 물량의 90%는 생산 단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았다는 설명이다. 국영 기업인 와신시멘트의 리예칭 대표는 “상당수의 시멘트 공장이 문을 닫지 않으면 업계 전체가 재앙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의 경제연구기관 콘퍼런스보드는 2020년 중국의 성장률을 3.7%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6%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르면 2017년에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한다는 전망은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어쩌면 영원히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