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달러당 101엔대 후반으로 추가 하락했다. 영국 에일즈베리에서 11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엔저(低) 유도 정책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101.98엔까지 떨어졌다. 전날에 비해 1엔 이상 더 하락한 것이다. G7 회담에서 엔저 견제를 위한 특별한 합의안이 나오지 않은 것이 엔화 매도세를 부추긴 요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지난달 G20 재무장관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주요 선진국이 일본의 엔저 정책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해석했다.

이번 G7 회의에서 각국 재무장관은 ‘재정 및 통화 정책은 인위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되며 내부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만 쓰여야 한다’는 원칙만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도 “환율 전쟁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공동성명은 채택되지 않았다.

일본 대표단도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아소 다로 부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엔저에 대한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각국의 이해가 상당히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일본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정책이 중앙은행(일본은행)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재정적자가 누적된 일본이 국채 발행 부담을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덜어내려 한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확산될 경우 신용등급 강등과 국채가격 하락(국채금리 인상) 등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아베 신조 총리가 다음달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 전략을 발표하면서 설득력 있는 경제구조 개혁안을 내놓지 못하면 엔화 약세에 대한 비판이 분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