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금융위원회 저축은행담당 간부가 항소심에서 18년간 공무원으로 성실히 근무한 점을 인정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임성근)는 임 회장에게서 각종 청탁과 함께 6회에 걸쳐 총 2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배모 전 금융위 과장(47)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배씨는 뛰어난 업무능력으로 촉망받는 공무원이었고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금융지원제도 도입을 위해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헌신적인 자세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판결했다. 이어 “배씨가 임 회장에게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받은 돈을 사용하지 않고 반환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등 공직자로서 금전적인 유혹을 떨치기 위해 깊은 고민을 한 사정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지인들의 탄원서도 줄을 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에 따르면 2009년 5월 금융위 중소서민금융과장에 임명된 배씨는 이듬해 4월 저축은행중앙회 서울지부장을 맡고 있던 임 회장을 만나 3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1년 10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뇌물을 받았다.

중소서민금융과는 저축은행에 대한 정책 입안, 규제, 감독, 관리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임 회장은 배씨가 돈을 받던 시기를 전후해 배씨를 찾아가 저축은행업계 및 솔로몬저축은행의 각종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관련 자료를 교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청탁했다. 배씨는 작년 5월 임 회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임 회장에게 받은 5만원권 수백장을 집 근처 야산에 묻었다.

1심은 배씨가 직무와 직접 관련된 저축은행 회장에게서 많은 뇌물을 수수했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채 범행을 부인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 저축은행 비리에 얽혀 금융위 간부가 구속 수감된 것은 배씨가 처음이었다.

2심은 피고인 측 항소를 기각하면서도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하한인 징역 1년도 지나치다고 본 것이다. 배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