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윤창중 스캔들’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까지 청와대 참모진 인책론을 제기하는 등 정치권의 거센 공세를 받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허 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수석회의에서 사과문 발표를 결정했다. 허 실장은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이남기 홍보수석은 귀국 당일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며 자신도 이번 사태의 전개에 따라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넘어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중도 귀국에 개입했다는 ‘도피 방조’ 의혹으로까지 번지자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태의 불똥이 박근혜 대통령으로 튀는 것을 막자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 10일 발표한 이 수석의 사과로는 상황을 수습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 실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새 정부 출범 초기 장·차관 내정자들의 낙마 사태가 이어지자 지난 3월30일 김행 대변인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번 일이 국내에서 해결될 수 없는 만큼 미국 측에 조속히 수사를 진행시켜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에 대해 미국 측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올 경우 응하겠다는 방침도 세워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