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스캔들] 성추문 공방…尹 "허리 툭 쳤을뿐" vs 靑 "엉덩이 만졌다고 진술"

‘윤창중 스캔들’을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성추행 내용을 둘러싸고 당사자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피해 여성 간의 엇갈린 진술에 이어 윤 전 대변인의 중도 귀국 과정을 놓고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과 윤 전 대변인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 후 윤 전 대변인의 중도 귀국 종용을 둘러싼 공방은 귀국 항공편 예약 당사자 등 일부 사실들이 확인되고 있어 조만간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진위가 밝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수석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청와대가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윤창중 스캔들] 성추문 공방…尹 "허리 툭 쳤을뿐" vs 靑 "엉덩이 만졌다고 진술"

○주미 대사관서 항공권 예약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추행 의혹에 따른 중도 귀국 논란과 관련, “이 수석이 귀국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청와대 측이 “윤 전 대변인이 미국에 더 있을 경우 파장을 우려해 서둘러 자진 귀국했다”고 설명한 부분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그는 “제가 경제인 조찬 행사를 마치고 수행원 차량을 타고 오는데 이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와 ‘할 얘기가 있다’고 해 영빈관에서 만났다”며 “그러더니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제가 이 수석에게 ‘잘못이 없는데 왜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된단 말인가’라고 말했지만, 이 수석이 ‘오후 1시30분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짐을 찾아 (미국을) 나가라’고 말해 제 카드로 비행기 좌석표를 사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종용 주장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예약해줬다” vs “아니다”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 양측 주장의 진실을 가릴 수 있는 ‘팩트(사실)’들이 나오고 있어 조만간 진위는 가려질 전망이다.

우선 윤 전 대변인의 귀국 항공편을 누가 예약했는지는 양쪽 주장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이 탄 귀국편 비행기의 최초 예약자는 주미 한국대사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관계자는 “주미 한국대사관이 예약했고 윤 전 대변인은 공항에 도착해 본인 카드로 발권만 하고 귀국한 것”이라며 “보통은 탑승자 본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확인돼야 예약이 가능하지만 공적인 업무 등에서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예약을 한 뒤 공항에서 실제 탑승자로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비행기의 이코노미석은 만석이였고 비즈니스석만 3석 남아 있었다”며 “윤 전 대변인이 옆자리를 비워달라고 해 그렇게 조치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성추행 의혹 놓고도 공방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여성 인턴을 호텔바와 자신의 호텔방에서 거듭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호텔 지하 1층 허름한 바에서 운전기사를 동석시켜 30분 동안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며 “긴 테이블의 맞은편에 가이드(인턴 여성)가 앉고 오른편에 운전기사가 앉았는데 제가 어떻게 그 여성을 성추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어 “좋은 시간을 보내다 나오면서 그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 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말하고 나온 게 전부”라고 했고, 호텔방으로 여성 인턴을 불렀다는 의혹에는 “가이드가 다음날 아침 내 방을 노크해 ‘여기 왜 왔어, 빨리 가’라고 한 뒤 문을 닫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지난 9일 귀국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공직기강팀 조사에서는 다른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기강팀은 윤 전 대변인이 귀국하자마자 그의 성추행 의혹과 귀국 정황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벌여왔다.

청와대에 따르면 공직기강팀 조사에서 윤 전 대변인은 “엉덩이를 만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성인턴이 윤 전 대변인의 호텔방으로 올라왔을 당시 자신이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변인은 이런 사실을 공직기강팀에 진술하고 자필 서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尹, 사건 당일 밤새 술마신 듯

윤 전 대변인이 사건 당일(현지시간 7~8일) 밤새워 술을 마셨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밤 여성 인턴과 호텔 와인바에서 술을 마신 뒤 숙소로 돌아왔다는 취지의 주장을 기자회견 때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10시 이후 적어도 6~7시간에 걸쳐 누군가와 술을 마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가 숙소로 돌아온 시간이 밤 12시가 넘은 8일 새벽께라는 게 대통령 방미를 수행했던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또 숙소 2층에 있는 임시 행정실에서 현지 요원 등과 술자리를 가진 뒤 오전 3시께 호텔에서 나갔으며, 다시 2시간여 후 만취한 상태로 돌아온 모습도 일부 취재진에게 목격됐다.

정종태/도병욱/전예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