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삶의 족적, 詩로 다시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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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김대중·이병철·정주영 등 112명 다룬
근현대 인물 시집 '사람' 출간…일부 미화 논란
근현대 인물 시집 '사람' 출간…일부 미화 논란
‘눈물 많던 당신을 기리면/우리는 눈(雪)이 됩니다/바보바보바보/바보이기에/오, 사랑으로 멈춘/환한 성령이기에//굽은 세상, 사랑 하나/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칠십 생애 걸었다는 사제의 길/가난한 옹기장수 막내로 태어나/궂은 것 나쁜 것 오물까지 다 담은/일생의 용서를 옹기로 구워 낸 당신은/하느님 심부름꾼/우리들의 등짐장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인생을 김종철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한국시인협회가 한국 근·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정치·경제·종교인 등 112명의 인물시를 담은 시집 《사람》(민음사)을 펴냈다. 김 시인을 비롯한 113명의 시인이 참여했다.
신달자 한국시인협회장은 13일 서울 세종로의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의 삶이 진행되고 그 시간이 오래 되면 우리는 그걸 역사라 부른다”며 “문학의 정수인 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만든 인물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집에는 김 추기경뿐 아니라 흥선대원군 김구 박정희 김대중 이병철 정주영 등 정치·경제인과 프로레슬러 김일, 코미디언 이주일, 천안함 순국용사 한주호 준위 등도 실렸다. 시인협회 기획위원장인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한국 현대사는 몇 명의 지도자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 일군 자랑스런 역사라는 뜻에서 수록 인물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박태준 등 산업화를 이뤄낸 기업인들도 시집에 담겼다. 일부 부정적인 요소 때문에 한국 경제 발전에 끼친 이들의 역할이 과소 평가돼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기업보국(企業報國)을 꿈꾼 선각(先覺)이었다./근대의 낙후 속에서 가난은 정녕 기회였던가,/달 속 기린은 역경에 굴하지 않고 북두(北斗)를 보았던가./(…)/차라리 혁명은 가난한 역사 속에서 솟구치는 것이다./가업(家業)은 창업 한 세기를 채우기도 전에/세계 기업사의 기적으로 우뚝 솟았다.’(장석주, ‘이병철’ 부분)
‘천년 가난을 못 이겨/소 판 돈 70원을 움켜쥐고 서울로 스며들어/쌀집 심부름꾼에서 현대 아산의 대 회장이 되어/선박에서 자동차에서 아파트로/(…)/천 마리의 소 떼를 몰아 동토의 땅/고향을 찾아 나섰던 칠십 나이의 아들’(황금찬, ‘정주영’ 부분)
하지만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을 다룬 시에는 지나친 찬양 혹은 분노가 담겨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시에는 ‘5·16은 쿠데타로 잉태해 혁명으로, 개발독재는 애국 독재로 승화됐습니다’라는 표현이 담겼고 김 전 대통령 부분에는 ‘이 더러운 현대사 속에서’ ‘그대여 이 경박 천박한 세상 말고 개벽 세상에나 가 거듭나시라’ 등의 시구가 실렸다.
시인협회 측은 이에 대해 “양지와 음지가 공존하는 한국 근·현대사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의도”라며 “평가를 떠나 족적을 남긴 인물을 다채롭게 넣어 역사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인생을 김종철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한국시인협회가 한국 근·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정치·경제·종교인 등 112명의 인물시를 담은 시집 《사람》(민음사)을 펴냈다. 김 시인을 비롯한 113명의 시인이 참여했다.
신달자 한국시인협회장은 13일 서울 세종로의 한 식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의 삶이 진행되고 그 시간이 오래 되면 우리는 그걸 역사라 부른다”며 “문학의 정수인 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만든 인물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집에는 김 추기경뿐 아니라 흥선대원군 김구 박정희 김대중 이병철 정주영 등 정치·경제인과 프로레슬러 김일, 코미디언 이주일, 천안함 순국용사 한주호 준위 등도 실렸다. 시인협회 기획위원장인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한국 현대사는 몇 명의 지도자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 일군 자랑스런 역사라는 뜻에서 수록 인물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박태준 등 산업화를 이뤄낸 기업인들도 시집에 담겼다. 일부 부정적인 요소 때문에 한국 경제 발전에 끼친 이들의 역할이 과소 평가돼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기업보국(企業報國)을 꿈꾼 선각(先覺)이었다./근대의 낙후 속에서 가난은 정녕 기회였던가,/달 속 기린은 역경에 굴하지 않고 북두(北斗)를 보았던가./(…)/차라리 혁명은 가난한 역사 속에서 솟구치는 것이다./가업(家業)은 창업 한 세기를 채우기도 전에/세계 기업사의 기적으로 우뚝 솟았다.’(장석주, ‘이병철’ 부분)
‘천년 가난을 못 이겨/소 판 돈 70원을 움켜쥐고 서울로 스며들어/쌀집 심부름꾼에서 현대 아산의 대 회장이 되어/선박에서 자동차에서 아파트로/(…)/천 마리의 소 떼를 몰아 동토의 땅/고향을 찾아 나섰던 칠십 나이의 아들’(황금찬, ‘정주영’ 부분)
하지만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을 다룬 시에는 지나친 찬양 혹은 분노가 담겨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시에는 ‘5·16은 쿠데타로 잉태해 혁명으로, 개발독재는 애국 독재로 승화됐습니다’라는 표현이 담겼고 김 전 대통령 부분에는 ‘이 더러운 현대사 속에서’ ‘그대여 이 경박 천박한 세상 말고 개벽 세상에나 가 거듭나시라’ 등의 시구가 실렸다.
시인협회 측은 이에 대해 “양지와 음지가 공존하는 한국 근·현대사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의도”라며 “평가를 떠나 족적을 남긴 인물을 다채롭게 넣어 역사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