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이 14일 법정에 출석해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에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 전 청장이 지난달 23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임 전 이사장을 자신의 차명계좌 발언 출처로 지목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진술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전주혜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첫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임 전 이사장은 "2010년 봄이나 여름에 지인들과 함께 조 전 청장을 처음 만났다"며 "그해 3월 서울 하얏트호텔 일식당에서 단둘이 만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이사장은 "더구나 조 전 청장에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나 차명계좌에 관해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차명계좌 얘기는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을 아는 것이 전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대통령을 독대하거나 정보력이 매우 뛰어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며 "조 전 청장은 지난 3년 동안 1년에 한두 차례씩 만나면서 아무 말 안 하다가 갑자기 왜 나를 지목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31일 강연에서 말한 내용은 그로부터 불과 며칠 전에 임 전 이사장과 단둘이 저녁식사를 하다가 들은 그대로를 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조 전 청장은 일선 기동대장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는 취지로 말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 2월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그는 강연 발언 출처를 밝히겠다고 해 구속된지 8일 만에 풀려났다.

두 번째 공판은 다음 달 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경닷컴 뉴스팀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