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STX 자율협약 개시..채권단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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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STX그룹의 지주회사인 ㈜STX와 자율협약을 맺고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4개 채권금융기관은 14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체결에 동의한다는 공식 문서를 발송했다. 또 신규자금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STX는 앞으로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대신 신규자금을 공급받고 정상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은 이날 동의 결과가 나온 직후 ㈜STX에 3000억원을 지급했다. ㈜STX는 이 돈으로 이날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2000억원을 막았다. 나머지 1000억원은 채권단 실사 결과가 나오는 2달 뒤까지 회사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채권단은 그간 ㈜STX 자율협약 체결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자율협약을 체결하면 2금융권 대출이나 회사채를 상환하는 부담을 주요 채권금융기관들이 대신 져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받고 투자한 것을 채권단이 다 막아주는 데 대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 마비와 국가경제 영향 등을 우려한 금융감독 당국이 적극적으로 채권단을 압박했고, 회사채 상환일인 이날 막판에 극적으로 자율협약이 이뤄졌다.
한편 ㈜STX와 동시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중공업, STX엔진, 포스텍에 대한 채권단 동의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STX와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체결한 이상 나머지 3개사에 대한 협약 체결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압박에 채권단 ‘백기’
금융권에서는 채권단이 ㈜STX와 자율협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단순히 STX그룹의 한 회사를 살린 것이 아니라, 그룹 전체를 현 상태대로 살려서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동의서를 발송한 뒤 “금융회사로서 냉정하게 결정한다면 회사채 비중이 높고 사업구조가 확실치 않은 ㈜STX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을 것”이라며 “(협약 체결은) 금융감독 당국과 청와대 등이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개입한, 정치적 결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STX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은 쉽지 않았다. STX그룹은 지난 3일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 포스텍 총 4개사에 대해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이 중 ㈜STX와 포스텍은 STX그룹의 지배구조상 상단에 위치하는 지주회사들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14일 기준 ㈜STX에 직접 지분 9.9%를 갖고 있고, 포스텍을 통해 우회적으로 16.77%를 갖고 있다. 포스텍은 강 회장이 69.38%를 갖고 있는 정보통신(IT) 계열 회사다.
이 때문에 채권단에서는 ㈜STX와 포스텍 2개사를 지원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주사 회사채를 채권 금융기관이 다 갚아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제일 컸다. 채권단 관계자들이 “지주회사를 자율협약으로 지원해 준 전례가 없다”거나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것 외에 뚜렷하게 살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해 웅진그룹의 지주회사 웅진홀딩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듯이 ㈜STX와 포스텍에 대해서도 법정관리로 가서 회사채 상환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해법이라는 이야기도 거론됐다.
당초 동의서 제출 마감일이 10일이었지만 13일까지 동의서를 낸 곳이 우리은행 1곳 뿐이었던 것도 이런 채권단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채권단의 기류를 막판에 바꾼 것은 금융감독 당국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웅진홀딩스 법정관리로 회사채 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는데, ㈜STX까지 법정관리에 가면 시장이 마비된다”며 채권단을 압박했다. ㈜STX가 발행한 채권에는 일부 연체시 만기가 다른 채권도 모두 기한이익상실로 한꺼번에 연체되는 특수조항이 들어 있어 총 6200억원 규모 채권이 한꺼번에 연체되는 상황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STX와 다른 계열사들 간 채권·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주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STX조선해양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한 자율협약이 원만치 않을 수 있다는 고려도 있었다. 당국은 마지막엔 거의 ‘실시간’으로 채권단의 동의 여부를 직접 체크할 정도였다.
◆포스텍·중공업·엔진도 체결 확실시
일단 ㈜STX에 대한 자율협약이라는 큰 고비를 넘은 이상, 포스텍 STX중공업 STX엔진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한 자율협약도 체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가 자율협약에 들어갔다면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며 회사를 살리겠다고 결정한 것인 만큼 포스텍도 협약을 맺고 채권단이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6일까지 동의서를 받을 예정인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자율협약 체결이 확실시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 회사는 이미 자율협약 체제인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 성격이어서 자율협약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살아나지만, 이를 위해 채권단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작지 않다. ㈜STX에 대한 3000억원 지원과 별개로 STX중공업은 1500억원, STX엔진은 400억원, 포스텍은 700억원 지원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4개사 모두 자율협약이 체결될 경우 채권단은 4개사에 56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앞서 STX조선해양에 대해 60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한 것을 합하면 모두 1조1600억원을 당장 지원해야 하는 셈이다.
채권단은 이외에도 이들 기업에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를 모두 막아줘야 한다. 자율협약을 체결했거나 체결이 유력한 STX계열 5개사가 앞으로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STX가 6850억원, STX조선해양이 7300억원, STX중공업 700억원, ST엔진 2170억원 등이다. 긴급지원금으로 일부 회사채를 막은 후에도 1조원 가량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추가 충당금 부담과 신규자금 지원 부담, 회사채 상환 부담 등을 모두 합하면 STX그룹으로 인해 채권 금융기관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최소 2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주)STX 채권단 채권비율>
산업은행 47.1%
우리은행 26.2%
농협은행 15.6%
신한은행 7.
4%
정책금융공사 3.7%
------------------
*1금융권 여신 총 1조1750억원(회사채 6850억원 등 비협약채권은 제외)
우리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4개 채권금융기관은 14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 체결에 동의한다는 공식 문서를 발송했다. 또 신규자금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STX는 앞으로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대신 신규자금을 공급받고 정상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은 이날 동의 결과가 나온 직후 ㈜STX에 3000억원을 지급했다. ㈜STX는 이 돈으로 이날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2000억원을 막았다. 나머지 1000억원은 채권단 실사 결과가 나오는 2달 뒤까지 회사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채권단은 그간 ㈜STX 자율협약 체결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자율협약을 체결하면 2금융권 대출이나 회사채를 상환하는 부담을 주요 채권금융기관들이 대신 져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받고 투자한 것을 채권단이 다 막아주는 데 대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 마비와 국가경제 영향 등을 우려한 금융감독 당국이 적극적으로 채권단을 압박했고, 회사채 상환일인 이날 막판에 극적으로 자율협약이 이뤄졌다.
한편 ㈜STX와 동시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중공업, STX엔진, 포스텍에 대한 채권단 동의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STX와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체결한 이상 나머지 3개사에 대한 협약 체결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압박에 채권단 ‘백기’
금융권에서는 채권단이 ㈜STX와 자율협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단순히 STX그룹의 한 회사를 살린 것이 아니라, 그룹 전체를 현 상태대로 살려서 끌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동의서를 발송한 뒤 “금융회사로서 냉정하게 결정한다면 회사채 비중이 높고 사업구조가 확실치 않은 ㈜STX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을 것”이라며 “(협약 체결은) 금융감독 당국과 청와대 등이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개입한, 정치적 결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STX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은 쉽지 않았다. STX그룹은 지난 3일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 포스텍 총 4개사에 대해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이 중 ㈜STX와 포스텍은 STX그룹의 지배구조상 상단에 위치하는 지주회사들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14일 기준 ㈜STX에 직접 지분 9.9%를 갖고 있고, 포스텍을 통해 우회적으로 16.77%를 갖고 있다. 포스텍은 강 회장이 69.38%를 갖고 있는 정보통신(IT) 계열 회사다.
이 때문에 채권단에서는 ㈜STX와 포스텍 2개사를 지원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주사 회사채를 채권 금융기관이 다 갚아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제일 컸다. 채권단 관계자들이 “지주회사를 자율협약으로 지원해 준 전례가 없다”거나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것 외에 뚜렷하게 살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해 웅진그룹의 지주회사 웅진홀딩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듯이 ㈜STX와 포스텍에 대해서도 법정관리로 가서 회사채 상환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해법이라는 이야기도 거론됐다.
당초 동의서 제출 마감일이 10일이었지만 13일까지 동의서를 낸 곳이 우리은행 1곳 뿐이었던 것도 이런 채권단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채권단의 기류를 막판에 바꾼 것은 금융감독 당국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웅진홀딩스 법정관리로 회사채 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는데, ㈜STX까지 법정관리에 가면 시장이 마비된다”며 채권단을 압박했다. ㈜STX가 발행한 채권에는 일부 연체시 만기가 다른 채권도 모두 기한이익상실로 한꺼번에 연체되는 특수조항이 들어 있어 총 6200억원 규모 채권이 한꺼번에 연체되는 상황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STX와 다른 계열사들 간 채권·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주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STX조선해양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한 자율협약이 원만치 않을 수 있다는 고려도 있었다. 당국은 마지막엔 거의 ‘실시간’으로 채권단의 동의 여부를 직접 체크할 정도였다.
◆포스텍·중공업·엔진도 체결 확실시
일단 ㈜STX에 대한 자율협약이라는 큰 고비를 넘은 이상, 포스텍 STX중공업 STX엔진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한 자율협약도 체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가 자율협약에 들어갔다면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며 회사를 살리겠다고 결정한 것인 만큼 포스텍도 협약을 맺고 채권단이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6일까지 동의서를 받을 예정인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자율협약 체결이 확실시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 회사는 이미 자율협약 체제인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 성격이어서 자율협약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살아나지만, 이를 위해 채권단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작지 않다. ㈜STX에 대한 3000억원 지원과 별개로 STX중공업은 1500억원, STX엔진은 400억원, 포스텍은 700억원 지원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4개사 모두 자율협약이 체결될 경우 채권단은 4개사에 56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앞서 STX조선해양에 대해 60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한 것을 합하면 모두 1조1600억원을 당장 지원해야 하는 셈이다.
채권단은 이외에도 이들 기업에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를 모두 막아줘야 한다. 자율협약을 체결했거나 체결이 유력한 STX계열 5개사가 앞으로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STX가 6850억원, STX조선해양이 7300억원, STX중공업 700억원, ST엔진 2170억원 등이다. 긴급지원금으로 일부 회사채를 막은 후에도 1조원 가량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추가 충당금 부담과 신규자금 지원 부담, 회사채 상환 부담 등을 모두 합하면 STX그룹으로 인해 채권 금융기관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최소 2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주)STX 채권단 채권비율>
산업은행 47.1%
우리은행 26.2%
농협은행 15.6%
신한은행 7.
4%
정책금융공사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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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금융권 여신 총 1조1750억원(회사채 6850억원 등 비협약채권은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