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5000만원을 넘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사회적 약자라고요. 그럼 우리는 뭡니까?”

울산 매곡 자동차 부품단지 내 2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이모씨(48)는 14일 “주말 밤새워 특근을 해도 1년에 3000만원 이상 받기가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5400만원(월평균 임금 453만원)에 이른다. 이는 현대차가 2003년부터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매년 도급단가를 꾸준히 올려준 덕분이다. 이들의 통상임금 수준은 정규 근로자의 85% 수준에 근접한다. 국내 제조업 평균임금 3280만원에 비하면 1.6배, 전 산업 근로자 평균임금 2910만원에 비해선 2배 가까이 높다.

효문공단 내 현대차 1차협력사 이모 대표(63)는 “울산지역 1차 부품 협력사 가운데 연봉이 5000만원을 넘는 기업은 세종공업과 한국프랜지, 덕양산업 등 극히 일부”라며 “현대차 사내하청 업체는 후생복지 수준도 훨씬 나아 협력사 근로자들은 현대차 사내하청 업체에 입사하는 게 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해 “사내하청 업체에 정식 고용된 정규 근로자로, 현대차의 비정규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내하청 노조가 소속 근로자들을 사회적 약자인 것처럼 왜곡하며 강성 투쟁을 통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월 100만원대의 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도 상여금 휴가비 연월차수당 등을 제외한 통상 급여만을 반영한 잘못된 내용이라고 현대차 측은 반박했다.

현대차는 최근 사내하도급을 둘러싼 논란에 따른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의 급여를 현대차 정규직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정규 생산직 채용시 우선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불법파견과 관련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후속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는 현실성 없는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조합원들을 강성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 노조 내부에 이념적 계급 투쟁을 꾀하는 외부세력이 개입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울산 노동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