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곡(impromptu)’이란 실제로 즉흥적으로 연주한다는 것이 아니라 특정 형식에 종속될 필요가 없는 자유로운 곡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프란츠 슈베르트가 죽기 1년 전인 1827년에 남긴 8곡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중 Op.142(또는 D.899)의 세 번째에 해당하는 B플랫장조의 곡은 이보다 4년 전에 작곡한 극음악 ‘로자문데’의 간주곡 주제를 이용해 건반 위를 미끄러지듯이 흘러가는 피아노의 음색을 잘 살려 만든 변주곡이다. 현악4중주곡 제13번의 2악장에도 인용했을 만큼 슈베르트가 각별히 사랑했던 선율이 유려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