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호주와 탈세정보 공유…"역외탈세 뿌리 뽑는다"
국세청이 외국 국세청과 공조해 해외 조세피난처에 재산을 은닉하는 등 세금을 회피한 역외탈세자 색출 작업에 대대적으로 나선다.

국세청은 14일 미국 영국 호주 등 3개국이 공동 조사를 통해 확보한 역외탈세 정보를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3개국 국세청이 보유한 역외탈세 관련 자료는 총 400기가바이트(GB)에 달해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밝혀낸 260GB 상당의 자료보다 분량이 더 방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ICIJ가 갖고 있는 정보 대부분을 포함할 정도로 많은 자료”라며 “이 정보를 활용하게 되면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국내 자산가들을 상당수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3개국이 확보한 명단에는 싱가포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쿡제도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거래하는 한국인 대자산가, 법인 관련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보 공유로 급증하는 역외탈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국세청 조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1503억원에 불과했던 역외탈세 추징세액은 2010년 5109억원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825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설 예상이지만 국세청은 혐의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부족 등으로 조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과정에서 최근 대표적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의 역외탈세자 명단을 확보한 ICIJ에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이광재 국세청 역외탈세담당관은 “그동안 정부가 ICIJ 뒤꽁무니만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앞으로 국가 간 공조 체계를 통한 공식채널로 역외탈세 관련 고급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국제 공조를 통해 획득한 역외탈세 정보를 활용해 실질적인 과세로 이어가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담당관은 “협상이 초기 단계여서 한국과 관련된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어떤 방식으로 볼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실무자 간에 정보 공유 방식에 대해 협의 중인 만큼 최대한 빨리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