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제자'가 아닌 '수강생'으로 대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스승의 날'인 15일을 앞두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한 대학 교수의 통렬한 반성문이 화제가 됐다.

이의용 국민대 교양과정부 교수(60)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승의 날에 꽃 한 송이 달아주지 않는 제자들이 야속할 때가 있다. 올해에는 그런 기대를 접고 교수로서 내 모습을 되돌아보는 반성문을 써본다"며 40가지 반성을 조목조목 써내려갔다.
이의용 국민대 교수가 SNS에 올린 반성문 / 페이스북 캡처 사진
이의용 국민대 교수가 SNS에 올린 반성문 / 페이스북 캡처 사진
이 교수는 반성문에서 "학생을 제자가 아닌 수강생으로 대해온 것을 반성한다"는 말로 서두를 뗀 뒤 "사람을 가르치는 스승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정보지식 유통업자처럼 가르쳐온 것을 반성한다" "학생들에게 행복한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보다 성공의 처세술을 가르친 것을 반성한다" "학생들의 고민 상담을 귀찮아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기피해온 것을 반성한다" 등의 자기고백을 열거했다.

이 교수는 국민대에서 10여 년 전부터 진로·취업 교양강좌를 강의하고 있다. 국민대 관계자는 "이 교수는 예전부터 강의와 저서 등을 통해 이런 생각을 여러 차례 전해왔다"며 "반성문이 의외로 큰 화제가 돼 이 교수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스승의 날에 쓰는 교수의 반성문'에 화답하듯 15일 대학가는 감사 메시지로 가득했다. 학생들은 대학 교수와 고교 교사를 찾아 꽃다발을 안겼고, 교수들은 퇴임 교수 등 은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동국대생 200여 명은 이날 캠퍼스가 아닌 출신 고교를 찾는다. 동국대가 지난 2006년부터 시행 중인 '스승의 날 모교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스승과 후배들을 방문한다. 동국대 서비스팀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교 기념품 등을 지참해 모교 선생님과 후배들을 만나는 행사"라며 "감사 인사와 함께 자연스레 입시 홍보도 된다"고 귀띔했다.

성균관대는 문과대학 명예교수와 정년퇴직 교수 46명에게 일일이 학장 명의 편지와 선물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전광진 문과대학장이 펴낸 '초등교과 속뜻학습 국어사전'을 선물한 것. 뜻밖의 선물을 받은 퇴임 교수들은 "고맙고 감동받았다" "손주에게 선물하기에 안성맞춤"이라며 감사 인사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학 채희철 문과대 행정실장은 "스승의 날을 맞아 평생 후학들을 가르친 선배 교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학교와의 소통을 지속하는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라며 "앞으로 해마다 명예교수와 정년퇴직 교수들에게 학장 서신과 함께 소정의 선물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학군단(ROTC) 소속 학생들이 이날 오전 강의실을 찾아 교수들에게 꽃다발을 선물한다. 이인실 대외교류처장은 "ROTC 학생들이 몇 명씩 나눠 강의하는 교수들에게 직접 꽃다발을 준다고 연락왔다"며 "이번처럼 ROTC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스승의 날을 챙긴 적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숙명여대 학생들은 캠퍼스내 영상(IPTV)을 통해 교수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달한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강의를 듣거나 지도를 받아 고마움을 느끼는 교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IPTV 화면 자막으로 소개한다"며 "감사 메시지 자막 중계는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