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목소리 내던 래리 페이지 "심한 감기 뒤 성대 일부 마비"
“14년 전 심한 감기를 앓은 뒤 성대 일부가 마비됐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40·사진)가 자신의 목소리 이상 증세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페이지는 14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구글플러스를 통해 의사들도 원인을 알지 못하는 매우 희귀한 성대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가정과 직장에서 일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지는 실적 발표 때마다 쉰 목소리로 말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왔다. 지난해에는 구글의 연례 주주총회 등 주요 행사에 불참했고, 그의 건강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커졌다.

그는 “14년 전 심한 감기를 앓은 뒤 왼쪽 성대가 마비됐다는 진단을 받았고, 지난여름 감기에 걸린 후 양쪽 성대가 모두 기능이 일부 정지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목소리가 작아졌고, 숨 쉬는 것이 불편해졌다고 했다. 2003년 하시모토 갑상샘염(갑상샘 저하증) 진단을 받은 사실도 밝히면서 성대 마비가 갑상샘염과 연관된 것인지 바이러스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했다. 의학계에서는 한쪽 성대가 마비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양쪽 성대가 모두 마비되는 일은 흔치 않다고 보고 있다.

페이지는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말을 인용해 “내가 더 좋은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목소리 때문에) 말할 때마다 단어를 더 신중하게 골랐기 때문”이라는 농담도 전했다.

기업경영 전문가들은 페이지의 이번 발표가 ‘투자자들을 고려한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고 평했다. 페이지의 건강 이상설은 췌장암을 앓다가 2011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와 대비된다. 잡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건강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고, 이후 애플 주가가 급락하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제프리 소넨펠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수석부학장은 “한 회사의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고위 임원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사회책임 항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페이지는 1998년 브린과 작고 허름한 사무실에서 몇 대의 서버로 구글을 공동 창업, 15년 만에 최대 정보기술(IT)기업으로 만든 벤처 성공신화 1세대다. 페이지의 ‘목소리 해명’은 구글의 개발자 회의인 ‘구글 I/O’ 개막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구글은 페이지가 이번 행사에 참석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페이지는 현재 하버드의대 음성건강센터가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기부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